[비즈니스포스트]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새해 경쟁자의 거센 도전을 맞닥뜨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영업력 강화로 크게 대출을 늘리며 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는 밸류업 계획을 고려해 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하며 외형 성장보다는 자본비율 관리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3일 경기 용인 블루캠퍼스에서 열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한은행> |
반면 하나은행은 영업전문가를 새 행장에 앉히며 ‘리딩뱅크 탈환’을 목표로 내걸었고 전통 강자 KB국민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새해 은행권 격전이 열기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밸류업 계획 등의 변수로 올해 은행권의 순이익 판도가 지난해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시중은행 순이익 1위 신한은행이 전략 수정을 시사하면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 3조 원 이상을 냈다. 2위 하나은행과 격차도 3천억 원 가량이어서 2024년 순이익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3일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기업가치 밸류업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까지 잘해 온 자산성장 중심의 영업에 더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행장 메시지는 지난해 초와 확연히 달라진 것으로 여겨진다. 정 행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고객몰입’을 강조했고 직전 조직개편에서도 영업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신한은행은 그 결과 지난해 초부터 대출을 크게 늘리며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갔다.
그 결과 신한은행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023년 말보다 10.2% 증가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정 행장은 현 시점에서는 숨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본 셈인데 핵심 요인으로는 주요 금융지주가 지난해 화두 ‘밸류업’을 내세우며 자본의 효율적 활용에 방점을 찍은 점이 꼽힌다.
은행 대출은 늘어날수록 수익 기반도 커지지만 주주환원 가늠자인 보통주자본비율의 분모인 위험가중자산(RWA)을 늘려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연체에 따른 충당금 부담 등도 고려하면 대출 증가가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밸류업’으로 반드시 직결되지는 않는다.
정 행장도 신년사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 밸류업’ 움직임 속에 기업가치 제고 요구는 점차 거세지고 있으며 ESG경영과 상생금융, 내부통제 등 금융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되고 있다”며 “내실있는 성장을 이어가려면 기존 성장방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바라봤다.
다만 정 행장의 전략 수정으로 경쟁자의 거센 도전을 맞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은행이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경쟁자는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노리고 거센 도전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
하나은행이 대표적이다.
하나은행은 재무 전문가
이승열 전 행장 뒤를 이어 영업 전문가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를 수장으로 앉히며 실적 확대에 드라이브르 걸었다.
하나은행은 최근 수 년 사이 은행권에서 두각을 드러낸 곳으로 꼽힌다. 국내에 4대 은행 구조가 자리잡은 뒤 리딩뱅크 경쟁은 KB와 신한 위주로 펼쳐졌지만 하나은행이 2022년과 2023년 순이익 1위에 오르며 아성을 깼다.
이호성 신임 행장은 2일 취임식에서 “‘하나’만의 손님 중심 영업문화 DNA를 회복하자"며 “리딩뱅크를 위한 여정에 함께 하자"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나카드 대표 시절에도 업권 전체가 고금리에 따른 연체에 시름하는 가운데서도 영업을 강조하며 ‘트래블로그’의 성공 등을 토대로 외형 성장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 관점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쟁 구도에 있던 KB국민은행도 강력한 도전자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말까지는 신한과 하나은행에 이어 순이익 3위에 그쳤지만 다른 은행 대비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비용을 두 배 가량 반영한 영향이 커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대출 목표치를 넘기지 않아 올해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그만큼 더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여력을 갖춘 셈이다.
시장에서는 연초 대출 증가가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1분기 은행권의 거센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영업은 연간 단위로 끊어져 결산되는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연초 경쟁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올해는 가계대출 규제와 밸류업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