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행장은 1979년 SC제일은행(당시 제일은행)에 입사한 뒤 소매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SC그룹과 담판을 통해 ‘제일’이란 이름을 SC제일은행에 넣은 일화는 유명하다. 박 행장은 전통있는 ‘제일’이란 이름이 있어야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광희 차기 행장은 글로벌과 기업금융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SC제일은행이 앞으로 기업금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국내 주요그룹에 자문을 제공하면서 기업금융 경험을 쌓은 점이 강점으로 여겨진다. 또한 다른 외국계 은행이 모 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처럼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데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희 행장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미국 웨슬리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를,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메릴린치 인터내셔널에 입사해 뉴욕과 홍콩, 서울지점 등에서 근무하며 기업금융부 상무까지 지냈고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UBS증권 서울지점에서 기업금융부 전무로 일했다.
그 뒤 2010년 8월 SC제일은행에 입사해 글로벌기업금융부 부행장보를 거쳐 기업금융그룹장(부행장)으로 일했다.
신한금융의 LG카드, 하이트의 진로 인수 등 국내 시장에 굵직한 거래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신한금융의 자본재조정과 포스코 민영화, LG디스플레이와 진로의 IPO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부문에서 차별화한 글로벌 자산관리(WM) 전략과 디지털시대 적합한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만나고 있다”며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과 연계해 사업을 선진화하는 등 소매금융 경쟁력 강화에 지속 힘쓰고 있어 내년에도 기업금융에만 무게를 싣는 전략 변경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