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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소매금융 실적 부진, '포스트 박종복' 이광희 기업금융으로 무게추 옮기나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 2024-11-15 15: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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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C제일은행이 외국계 은행의 태생적 한계를 마주하며 3분기 소매금융에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소매금융 전문가로 SC제일은행을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영업환경 변화 기류를 이겨내지 못했다.
 
SC제일은행 소매금융 실적 부진, '포스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307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종복</a>'  이광희 기업금융으로 무게추 옮기나
▲ SC제일은행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변화를 노리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SC제일은행이 다음 행장으로 이광희 기업금융그룹장을 낙점한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심이 기업금융으로 기울 가능성이 나온다. 

15일 은행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SC제일은행의 3분기 실적 부진 배경에는 소매금융 영업 위축이 자리잡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전날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으로 2677억 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14.5% 감소했다.

올해 초 은행권을 강타한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추정액 1027억 원이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된 영향이 컸다.

다만 SC제일은행은 은행권 핵심 수익원 이자이익 부문에서도 부진했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935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12% 줄었다.

주요 시중은행도 ELS사태를 맞닥뜨렸지만 순이익은 크게 줄지 않았다. 신한은행(19.4%)이나 NH농협은행(3.2%), 하나은행(0.5%)은 9월 말까지 오히려 실적을 개선했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KB국민은행(-8.3%)도 SC제일은행보다 순이익 감소폭이 작았다.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자산 규모도 감소했다.

SC제일은행 자산은 9월말 기준 91조515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18% 줄었다. 이 가운데 소매금융 자산은 25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9월말(32조3891억 원)보다 25.5% 감소했다.

올해 은행권이 서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인 부동산 경기를 토대로 대출을 늘리며 자산성장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계 은행의 소매금융 한계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은행시장은 5대 시중은행이 사실상 과점 체제를 이루는 만큼 영업기반이 약한 해외 은행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비대면시장에서 인터넷은행 등장과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도입으로 은행권의 개인고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SC제일은행 소매금융 자산은 2021년 말 38조6천억 원까지 커졌지만 그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30조8449억 원까지 줄었고 올해 3월 말 20조 원대로 내려앉은 흐름이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비대면 시장에서도 인터넷은행 등장과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도입으로 은행권의 개인고객 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은행은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거나 기업금융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올해 5월에도 일본 야마구치은행이 국내 진출 38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주요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2021년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뒤 기업금융으로 이를 방어하고 있다. 씨티은행 3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1% 증가했는데 기업금융 등에서 비롯한 비이자수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SC제일은행도 내년 새 행장 취임에 따라 영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나온다.

SC제일은행이 소매금융에 공들인 박종복 행장 체제 10년 이후를 이끌 후임으로 이광희 기업금융그룹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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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과 이광희 SC제일은행 기업금융그룹장. < SC제일은행 >


박 행장은 1979년 SC제일은행(당시 제일은행)에 입사한 뒤 소매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SC그룹과 담판을 통해 ‘제일’이란 이름을 SC제일은행에 넣은 일화는 유명하다. 박 행장은 전통있는 ‘제일’이란 이름이 있어야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광희 차기 행장은 글로벌과 기업금융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SC제일은행이 앞으로 기업금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국내 주요그룹에 자문을 제공하면서 기업금융 경험을 쌓은 점이 강점으로 여겨진다. 또한 다른 외국계 은행이 모 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처럼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데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희 행장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미국 웨슬리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를,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메릴린치 인터내셔널에 입사해 뉴욕과 홍콩, 서울지점 등에서 근무하며 기업금융부 상무까지 지냈고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UBS증권 서울지점에서 기업금융부 전무로 일했다.

그 뒤 2010년 8월 SC제일은행에 입사해 글로벌기업금융부 부행장보를 거쳐 기업금융그룹장(부행장)으로 일했다.

신한금융의 LG카드, 하이트의 진로 인수 등 국내 시장에 굵직한 거래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신한금융의 자본재조정과 포스코 민영화, LG디스플레이와 진로의 IPO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부문에서 차별화한 글로벌 자산관리(WM) 전략과 디지털시대 적합한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만나고 있다”며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과 연계해 사업을 선진화하는 등 소매금융 경쟁력 강화에 지속 힘쓰고 있어 내년에도 기업금융에만 무게를 싣는 전략 변경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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