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 자회사 편입을 놓고는 실적 개선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형근 사장은 SK에코플랜트와 투자자 계약 조건 등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를 2026년 7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 8조9251억 원, 영업이익 1745억 원을 거뒀음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따른 영향으로 순손실 335억 원을 내 재무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재무 불안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는 치명적 걸림돌이다.
SK에코플랜트가 안정적 실적으로 SK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평가되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재무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지난해 매출 2576억 원, 영업이익 653억 원, 순이익 307억 원을 냈다. 에센코어는 지난해 매출 8210억 원, 영업이익 594억 원을 냈으나 업황이 좋았던 2020, 2021년에는 1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보기도 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 모두 SK그룹의 반도체 가치사슬(밸류체인)에 속해 있는 회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산업용 가스 등 다양한 산업용 가스를 생산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에너지, SKC 등 SK 계열사에 공급한다. 2023년 매출의 73.57%를 SK그룹 내부거래로 올렸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등을 공급받아 SSD, SD카드 등 메모리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한다. 2015년부터는 클레브(KLEVV) 브랜드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 부품 시장에서도 사업을 펼치고 있다.
SK그룹의 반도체 사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를 통해 SK에코플랜트도 수혜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설비 등 공사 수주를 통해 직접 실적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들여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형근 사장은 10월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하이테크 사업 조직을 신설하는 등 SK그룹 내 공사 물량을 뒷받침하려는 준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테크사업 조직은 산업 플랜트 분야 전문가로 평가되는 오동호 SK에코엔지니어링 대표가 이끌기로 했다. 오 대표는 SK에코플랜트 재직 당시 SK하이닉스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SK에코엔지니어링의 물적분할로 잠시 SK에코플랜트를 떠났다 이번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SK그룹의 반도체 사업은 최근 두드러진 호실적을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상반기까지 SK하이닉스가 8조3545억 원, 삼성전자가 8조36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엇비슷했는데 3분기에는 SK하이닉스가 7조300억 원으로 3조8600억 원을 낸 삼성전자를 크게 따돌렸다.
수요 높은 기술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한동안 SK하이닉스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 반도체 업계의 수요 성장은 전통 수요처의 부진으로 기존 예상 대비 둔화될 것이지만 업황 둔화 구간에서 SK하이닉스의 HBM 주도권은 오히려 지속 부각될 것”이라며 “올해 HBM3E 8단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던 것처럼 4분기부터 본격화하는 12단 시장에서도 독주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