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4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다소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기업들이 불황을 맞아 하반기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아예 없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삼성그룹은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예년보다 공채 규모를 줄여 ‘대기업 채용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6~27일 대학졸업 입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한 삼성의 하반기 공개 채용 규모가 지난해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됐다.
GSAT을 실시한 관계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서울병원,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다.
삼성그룹은 앞서 2022년 향후 5년 동안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공개 채용 규모도 당초에는 1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내외부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룹 내 인적 쇄신을 앞둔 상황인 만큼, 당초 계획보다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내부적으로 반도체는 사업부 조정을 통해 인원을 재배치하고 있어, 이번 공채로 대졸 신입을 많이 뽑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시 채용으로 뽑던 경력직도 석·박사급 장학생을 제외하고는 채용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 규모가 네 자릿수가 아닌 세 자릿수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4대 그룹에서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해온 삼성까지 채용 규모를 줄인다면 취업준비생의 구직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다른 관계자는 채용 규모를 묻는 질문에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다만 2022년 발표한 채용 계획을 유지하는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은 인력 확보를 위해 공개채용 대신 월 단위 수시채용을 활용하고 있다.
경영환경에 따라 인력 채용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2020년을 전후해 공채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대신 SK·현대차·LG그룹은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SK그룹과 LG그룹은 미래성장 분야 중심으로 5년 동안 국내에서 5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은 향후 3년 동안 8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 매출 500대 기업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 <한국경제인협회> |
현대차그룹이 최근 몇년 동안 채용을 늘려온 것과 달리 SK그룹과 LG그룹은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LG가 공개한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채용’ 정규직은 2021년 1만9919명에서 2022년 2만498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23년 1만6639명으로 감소했다. 이 수치는 LG,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CNS 등 5개 계열사의 채용을 합산한 것이다.
SK그룹에서 가장 직원이 많은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의 신규 채용도 감소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신규 채용은 2022년 3901명에서 2023년 739명으로,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은 2029명에서 1246명으로, SK텔레콤은 537명에서 424명으로 줄었다.
SK그룹은 현재 대규모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을 통해 조직을 효율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는 올해도 보수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채용을 전혀 하지 않는 대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8월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10곳 가운데 6곳(57.5%)은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2023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올해 하반기 채용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17.5%)은 0.9%포인트 증가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하반기 세계경기 둔화 우려, 내수부진, 경기심리 악화 등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보수적 채용이 예상된다”며 “신산업 발굴과 기업투자·고용 확대를 위한 정부의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