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은 2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에서 한세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미국 및 인접국가의 생산시설 확장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을 추진하며 미국 현지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30일 한세실업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의류업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전략으로 추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세실업은 최근 미국 섬유 제조업체 텍솔리니를 인수했다.
텍솔리니는 1989년 설립된 미국 대표 섬유 제조업체다. 원단 제작부터 염색, 인쇄, 디자인, 연구개발 등 합성 섬유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캐주얼 브랜드 챔피온,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애슬레저 패션 브랜드 알로요가 등이 있다. 한세실업은 텍솔리니의 기존 고객사들을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텍솔리니의 기술과 노하우 등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선다. 기존의 니트 중심의 의류 품목에서 벗어나 애슬레져, 속옷, 수영복 등으로 제품 라인을 확장한다.
애슬레져 상품은 비교적 높은 단가로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에 속한다.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한세실업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합성 섬유 생산 기술력과 미국 내 물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남미 지역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과테말라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으며 지속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과테말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기 적합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과테말라는 미국과 가깝고 물류비용이 저렴해 물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최근 여러 한국 대형 섬유기업들이 과테말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세실업을 비롯해 세아상역, 신원, 정우섬유 등이 과테말라 수도와 인접한 곳에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회장은 2022년 10월 과테말라 미차토야 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8월부터 2029년8월까지 5년 동안 과테말라 법인 ‘더 글로벌 과테말라 미차토야’에 663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서는 방안도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김 부회장은 해당 지역에 원단 복합단지를 설립한다. 의류 제조에 필요한 방적, 염색, 가공, 봉제 및 제조 등의 공정을 하나의 시설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시설에서 이뤄지게 된다면 효율적 생산과 수익성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테말라를 비롯한 일부 중남미 지역 국가들은 미국과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을 체결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 부회장이 중남미 지역에서의 생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한세실업이 인수한 텍솔리니 내부. <한세실업>
증권가에서는 한세실업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 ‘갭’ 수주는 회복세에 있으나 단가가 높은 고객사 ‘칼하트’의 비중이 낮아지며 3분기 영업이익률은 소폭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텍솔리니 인수로 신규 진입한 알로요가 등의 애슬레져 상품의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세실업은 지난해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이 둔화된 상태다.
한세실업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2조2048억 원, 영업이익 1796억 원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3년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088억 원, 영업이익 1682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22.5%, 영업이익은 6.3%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8597억 원, 영업이익 80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0.4% 늘었다. 실적이 후퇴하지는 않았으나 전반적 성장률이 정체된 상태다.
최근 한세실업을 비록한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의류업계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의류 수요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휠라홀딩스, 영원무역 등 동종업계 기업들도 의류 부문 실적이 부진하다.
한세실업은 1982년 설립된 대한민국의 의류 기업이다. 미국의 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OEM 및 ODM 방식으로 의류를 제작, 납품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 갭, H&M, DKNY, 켈빈클라인 등이 있다.
한세실업은 최근 발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에 편입되며 주주환원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의류업체 가운데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기업은 한세실업을 포함해 3곳에 불과하다.
김 부회장은 한세실업 창업주인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연구개발, 품질관리, 영업 등 한세실업 내 주요 보직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12년 해외지원 부서장, 2014년 품질관리(QA) 부본부장, 2017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2020년 1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