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지 100여일 만에 경영에서 다시 손을 떼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동생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왼쪽)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설득하는 방법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형제의 반대편에 선 이들이 벌써 과반에 근접한 지분을 확보한 만큼 이들을 넘어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송영숙 회장 모녀와 신동국 회장의 동맹 선언에 따라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린 현재 상황을 뒤집으려면 신 회장을 다시 자신들의 편으로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신동국 회장은 3일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6.5%를 추가로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은 계약이 마무리되는 9월3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을 기존 12.43%에서 18.93%까지 높이게 된다.
이미 신 회장은
송영숙 회장(11.93%)이나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10.14%),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10.43%),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10.80%) 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한미약품그룹에서 존재감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경영권을 방어하기 절대적으로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귀국하면 그를 만나 얘기로 풀겠다는
임종윤 이사의 발언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사정 때문인 것으로여겨진다.
하지만 신 회장이
송영숙 회장과 주식매수계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계약까지 체결한 만큼 신 회장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세종은 3일
송영숙 회장과 신동국 회장이 의결권공동행사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송영숙 회장의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를 봐도 신동국 회장이
송영숙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포함된 상태다.
임종윤 이사는 이와 관련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으나 법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종윤 이사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신동국 회장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한미사이언스에 공시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조계는 개인 사이의 지분계약 체결 문제와 관련해 법적으로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에게 최악의 상황은 경영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형제들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지만 당장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한미약품 이사회의 경우 10명 이사 가운데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3명에 그친다. 애초 신동국 회장까지 4명이었지만 신동국 회장이
송영숙 회장과 손을 잡으며 3명으로 줄었다.
▲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왼쪽)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3월28일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승리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기존에도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가족간 합의를 한 만큼 무난히 대표에 선임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뀐 것이다.
형제들이 장악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구도도 조만간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추가로 이사를 선임해 형제측 인물과 같은 수로 이사회 구성을 시도한다면 임종훈 대표도 한미사이언스에서 힘을 잃을 수 있다.
대부분의 안건이 이사회 결의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형제측과 모녀측의 등기이사 선임 인물의 수가 5명으로 맞춰진다면 안건이 좀처럼 쉽게 가결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사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도 갈등이 이어진다면 재임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진다는 점에서 경영에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경영권 승리는 ‘백일천하’로 끝나게 되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이사회 장악 문제 등으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도 경우의 수가 많은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