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6-05 1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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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도시정비사업 수주 확대로 부동산 불황에 대처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속에서도 도시정비 실적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박 부회장은 취임 첫해 성공적인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 개선에 성과를 냈는데 올해는 주택사업에서 먹거리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5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해 왔던 박 부회장은 유동성 위기 고비를 넘기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통해 주택사업 확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 롯데건설은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해 KDB산업은행, 증권사 등을 통해 2조3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PF 매입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에는 참가하지 않은 메리츠증권도 추가로 5천억 원을 투입하면서 롯데건설은 2조8천억 원이라는 현금 확보에 성공했다.
현금 확보를 통해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로 조성했던 메리츠증권과의 1조5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상환한 뒤 나머지 자금은 시공을 맡은 미착공 브릿지론 사업장 17곳에 지원했다. 그 결과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사업장들의 PF 대출 만기가 2027년으로 줄줄이 연장됐다.
박 부회장은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 우려에서 한숨을 돌린 데 더해 재무구조 개선에도 성공했다.
박 부회장이 취임했던 2022년 말 기준으로 2조8933억 원에 이르던 롯데건설의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부채는 2024년 1분기 1조8125억 원으로 1조 원 넘게 감소했다. 2024년 1분기 유동부채를 살펴보면 4조7491억 원으로 2022년 말보다 약 17.8% 줄었다.
롯데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증가했다. 롯데건설이 2022년 말 보유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80억 원에 그쳤는데 2024년 1분기에는 3배에 가까운 1조4988억 원으로 늘었다.
박 부회장의 시선은 이제 향후 실적을 뒷받침할 일감 확보 쪽으로 향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재무 개선에 초점을 맞춘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단 2건으로 수주액은 5173억 원에 그쳤다. 2022년 4조 원이 넘는 수주를 한 것과 비교해 실적이 급감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는 도시정비 수주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5월26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트리니티컨벤션에서 열린 ‘안양 종합운동장 북측 재개발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돼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안양종합운동장 북측 재개발정비사업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1015-22 일원에 11개 동, 지하 3층~지상 35층, 1283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것을 뼈대로 한다. 공사비는 모두 합쳐 4315억 원이다.
▲ 신반포12차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투시도.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1일 열린 신반포12차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총회에서도 최종 시공사로 확정됐다.
신반포12차 재건축사업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50-5 일원에 지하 3층~지상 35층, 5개 동, 432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새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597억 원 규모다.
롯데건설은 이 단지에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적용하고 최고급 조경도 갖춘다. 프랑스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단지 중앙광장에 설치하는 등 품격 있는 주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전을 다하기로 했다.
일주일 사이에 발표된 두 사업의 규모를 모두 합치면 약 7천억 원으로 이미 전년도 도시정비 수주액을 뛰어넘었다. 롯데건설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이 6조8111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매출의 10%를 일주일 만에 수주한 것이다.
롯데건설은 이외에도 서울 용산구 신용산북측1구역 재개발, 강서구 천호우성아파트 재건축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서구 천호우성아파트 재건축은 현재 두 번째 입찰까지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천호우성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따르면 두 번째 입찰의 입찰참여확약서 제출 기한인 4월9일까지 확약서를 제출한 곳은 롯데건설 한 곳뿐이다. 예상 총사업비는 약 2400억 원이다.
천호우성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번째 시공자 입찰까지 유찰이 났기 때문에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라며 “6월 말에 시공자 선정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을 뽑을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신용산역북측 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전날(4일) 진행한 현장 설명회에는 롯데건설만 단독참석하면서 최종 유찰됐다. 3번에 걸친 현장 설명회가 유찰됨에 따라 이곳 역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시공자 선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예상되는 공사비 규모는 약 3330억 원이다.
신용산역북측 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어제 유찰이 났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회의를 해봐야 알 수가 있다”라며 “시공자 선정 총회를 하게 될지도 일정이 잡힌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여의도 대교아파트도 롯데건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재건축 단지 가운데 하나다. 다만 대교아파트 단지는 삼성물산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는데다 GS건설과 DL이앤씨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건설사 사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