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비트코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던 친가상화폐 행보를 취임 전부터 행동으로 옮겨 나가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 비트코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의 대선 승리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상승 호재 역시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비트코인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가상화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7월만 하더라도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시장의 호재성 이벤트가 사라지면서 내년 말은 돼야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 기준 미국 대선일인 5일 6만7천 달러대에서 거래되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실시 되자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11% 넘게 오르며 7만5천 달러대로 올라섰다.
비트코인은 다시 5일 뒤인 11일에 8만 달러를 돌파했고 13일에는 9만 달러를 넘겼다. 이날 오후 한때 9만9천 달러까지 치솟으며 10만 달러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트코인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화폐 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새 행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가상화폐 정책을 전담하는 위원회를 신설해 대통령 자문기구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가상화폐업계는 이 위원회가 새 행정부에서 정부 내 가상화폐 정책을 조율하는 위상을 지닐 것으로 바라본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구상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위원회가 담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위원회는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자문, 가상화폐 법안에 대한 의회와 협력, 트럼프 당선인이 약속한 비트코인 준비금 준비, 연방기관 간 조율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날 디지털자산위클리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취임 전부터 이미 친디지털자산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며 “내년 1월20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시장은 트럼프의 행보에 주목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주요 금융규제당국 수장에 친가상화폐 인사들이 채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향후 비트코인 시세 상승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가상화폐업계의 표심을 얻기 위해 대선 과정에서 가상화폐 규제에 앞장선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약속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2026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때인 내년 1월20일에 맞춰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현재 겐슬러 위원장의 후임으로는 SEC에 근무한 경험이 있으면서 가상화폐 기업을 대변해왔던 테레사 구디 길렌 변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테레사 구디 길렌을 차기 SEC 위원장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SEC를 대폭 개편하기 위해 친가상화폐 인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여겨져 '차르'라는 별명이 벌써 붙은 가상화폐 위원회 수장에는 크리스 지안카를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크립토 대디’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가상화폐에 친화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부터 가상화폐 친화적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상승세는 대통령 임기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진은 비트코인 그래픽 이미지.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화폐업계 인사와 두루 접촉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될 정책이 나올 가능성을 높여 준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바이낸스 미국법인 최고경영자 출신인 브라이언 브룩스,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잇따라 만났다.
로이터는 이 같은 만남을 두고 가상화폐회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상화폐정책 결정 과정에 발언권을 얻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트판다 최고경영자이자 공동창립자인 에릭 데무스는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세계 최대 금융시장은 자유롭고 친화적 가상화폐 규제를 수용하기 직전이다”며 “비트코인 10만 달러 돌파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진정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