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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보험사 부동산PF 조력자로 '건전성' 증명, 상생금융 2탄 후유증 우려도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4-05-14 15: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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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손해보험 등 국내 5개 보험사가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작업에 공식적으로 참여한다.

보험사들이 국내 5대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대 5조 원 규모에 이르는 부동산PF 공동대출 자금 마련에 나선 것 자체로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충분한 자금 공급 여력을 입증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형보험사 부동산PF 조력자로 '건전성' 증명, 상생금융 2탄 후유증 우려도
▲ 주요 보험사 5곳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지역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부동산PF 지원도 금융당국에서 취약계층 지원을 이유로 금융권을 압박해 마련했던 상생금융 ‘시즌2’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14일 오후 ‘부동산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전날 발표한 부동산PF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전날 5대 시중은행과 보험사 5곳이 최대 5조 원 규모의 공동대출(신디케이트론) 자금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부동산PF 사업장에 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지원 방안에는 생명보험업계 1위 업체인 삼성생명과 2위 한화생명, 손해보험업계 상위 3곳인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보험사가 참여한다.

5개 보험사는 지난해 보험업계 순이익 1위부터 5위 업체로 시중은행 못지 않은 순이익을 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1조7805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삼성화재는 그보다 많은 순이익 1조8184억 원을 올렸고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 순이익도 각각 1조5천억 원을 넘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생명보험사 22곳과 손해보험사 31곳이 거둔 순이익은 13조35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5.5% 증가한 것이다.

생보사보다 손보사가 1곳 더 많이 참여한 것도 손해보험업계가 생명보험업계보다 더 좋은 업계 상황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각각 1조3829억 원과 6163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손해보험사 31곳은 8조2626억 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생명보험사 22곳은 5조952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토와 통화에서 “금융당국에서 결국에는 자금을 낼 여력이 있는 회사를 찾았다고 보면 된다”며 “보험사 가운데 볼륨이 큰 운용자산을 가진 보험사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참여사의 선정 기준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마 실적 순으로 자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부동산PF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구원투수' 선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험사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42조 원에 이른다. 2019년 27조 원에서 약 1.6배 늘어난 수치로 금융업계에서 은행 다음으로 가는 규모다.

금융당국은 이번 작업에 참여하는 보험사에 나름의 당근책도 제시했다.

부실화한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면 기존 차주의 건전성 분류를 ‘요주의 이하’에서 ‘정상’으로 바꿔주고 자금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책임도 면해주기로 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자금 공급으로 지급여력비율(K-ICS)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K-ICS 요구자본 산출 때 PF 정상화 지원액에 대해서는 신용위험계수를 경감 적용하기로 했다.
 
대형보험사 부동산PF 조력자로 '건전성' 증명, 상생금융 2탄 후유증 우려도
▲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하는 보험사에 당근책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제2의 상생금융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금융당국의 인센티브 제공방안이 올해 말까지 한시적 운용되는 만큼 정상화 시점이 늦어진다면 내년에는 고스란히 보험회사가 떠 앉아야 하는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상생금융 2탄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권이 과도한 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은행, 보험, 카드업계를 대상으로 상생금융을 강조했다.

당시 보험사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상생금융 상품 만들기에 앞장섰는데 올해는 자칫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부실 사업장 지원을 떠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이번 지원이 부담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다만 금융당국이 각 금융사에 피해가 안가도록 하겠다고 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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