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4-08 16: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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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 3월 22일 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산업법 시행령' 시행 이후 아이템 확률 조작으로 신고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명한 아이템 확률 공개를 위해선 별도 인력과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게임 기업들이 법 시행 후 시행착오를 겪는 와중에 이같은 조작 신고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개발진이 3월26일 라이브방송을 통해 이용자에게 사과하고 있다. <그라비티 유튜브채널>
8일 게임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웹젠의 '뮤 아크엔젤'의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라비티와 웹젠은 지난 3월20일과 3월21일 각각 확률 정보를 공개했는데, 일부 아이템의 확률 정보가 누락됐거나 잘못 표기된 사항이 다수 드러났다.
이용자들은 "과거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태와 같은 일들이 업계에 만연했던 것이 아니냐"며 국산 게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대부분 의도를 가지고 확률 정보를 속인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부 실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서비스를 제공한지 10년 이상 된 게임, 외주 개발한 게임이라면 현 개발진이나 운영진이 실제 아이템 확률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 웹젠은 4월2일 '뮤 아크엔젤'의 확률 오표기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에 대한 환불을 결정했다. <뮤 아크엔젤 홈페이지>
업계는 또 이같은 문제의 원인이 아이템 확률 정보 제공을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는 점을 꼽기도 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한 확률 정보를 제공하는 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투명한 확률 정보공개를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개발진이 이중 삼중으로 사용자 아이템 관련 데이터를 검수하는 방법이 있는데, 물리적 시간적 비용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데이터 검수를 시스템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위해선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형 게임 개발사들은 제3자가 확률을 검증할 수 있도록하는 프로그램(API)을 별도로 개발해 외부에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API를 공개해 누구나 확률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개발사인 넷마블은 개발 프로세스를 투명화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올해 출시하는 아스달연대기는 확률을 계산할대마다 중앙서버의 확률표를 거치도록 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표시확률과 실제 확률 사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다. 다만 이 경우 게임의 서버 구축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넷마블 측은 설명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이상 이와 같은 비용 부담은 당연하다고 보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사업모델이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며 "이제라도 검증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자의 확률조작 의혹 제기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검증 문제는 이 확률형이라는 사업모델이 지속되는 이상,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