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3-20 17: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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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5년 동안 전세자금대출 공급규모가 280조 원을 웃돈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이 수도권과 아파트, 2040세대에 몰려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전세자금대출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전세자금대출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전세대출 건수는 219만 건, 전세대출 공급액은 모두 286조6천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은행권이 278조6천억 원(97%)을 공급했고 나머지를 카드사와 보험사가 공급했다.
최근 5년 사이 전세대출은 유형별로 수도권과 아파트, 20대~40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20조2천억 원(42%), 경기가 87조7천억 원(31%), 인천이 18조4천억 원(6%)이다. 수도권이 전체 전세대출의 79%를 차지했다.
주택별로 보면 아파트가 178조5천억 원(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세대·다가구 52조2천억 원(18%), 오피스텔 25조5천억 원(9%), 연립·단독 11조2천억 원(4%) 등의 순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29조7천억 원(45%)로 가장 많은 전세대출을 받았다. 이어 40대가 63조8천억 원(22%), 20대 이하가 56조1천억 원(20%)로 2040세대가 전체의 85%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경실련은 “전세대출이 수도권과 아파트, 2040에 집중 공급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대표적 투기행태로 자리 잡은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방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서민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전세대출이 지금도 투기꾼들의 갭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면 정부는 이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권별 국내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문재인 정부 말이 162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박근혜 정부 말은 36조 원, 이명박 정부 말에는 6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때 전체자금대출 잔액 상승 폭이 126조 원으로 가장 컸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에는 2022년 중 170조5천억 원까지 늘었고 2023년 10월 기준으로 161조4천억 원을 기록했다.
경실련은 전세대출이 확대되는 통로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 기준 완화를 꼽았다. 전세자금 대출 때 은행의 요청에 따라 공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해주는 상품을 통해 개인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 공급액은 2008년 3조5천억 원에서 2023년 10월 40조1천억 원으로 불었다.
경실련은 현재 윤석열 정부 들어 전세자금보증 임차보증금 요건이 7억 원으로, 보증한도는 4억 원으로 완화하는 등 전세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경실련은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관련 기준을 대폭 강화해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차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월세 신고제에 과태료 부과를 시행하고 임대차 계약 때 임대인의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전세제도의 위험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최대한 공공이 차단하고 흡수하도록 관리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임차인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전세제도가 만들어질 때까지 제도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