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전장과 서버용 반도체 기판 연구개발에 속도를 더해 내년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전장과 서버용 반도체 기판에 대한 연구개발에 힘써 내년에도 사업 체질 개선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장 사장은 부임 뒤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늘리면서 중장기적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4605억 원, 2021년 5671억 원, 2022년 5771억 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이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 비중을 줄이지 않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업계 실적 추정치를 종합하면 삼성전기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7600억 원, 영업이익 6523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보다 매출은 7%, 영업이익은 44.8% 줄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삼성전기의 누적 연구개발비는 4359억 원으로 전체 매출대비 6.6%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5.8%였다.
더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비 비중은 경쟁사인 LG이노텍의 4%대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장 사장 취임 뒤 주요 연구개발 내역의 절반 넘는 부분이 전장과 서버용 반도체 기판과 관련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기는 2022년 고부가 전장 라인업을 강화해 초소형, 초고용량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개발했고 같은 해 자율주행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에 들어가는 최고 난도 전장용 반도체 기판 개발로 하이엔드 시장에 진출했다.
아울러 올해에는 전자용 고전압 하이엔드 MLCC 라인업을 추가했고 차세대 중앙처리장치용 기판과 서버용 고성능 패키지 기판을 개발하기도 했다.
▲ 삼성전기 전장용 MLCC 모습. <삼성전기> |
이와 같은 기술개발의 배경에는 장 사장의 사업구조 혁신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역할을 맡았던 주혁 삼성전자 부사장을 영입해 중앙연구소장으로 발령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 부사장은 기술전문성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에서 바이오센서를 활용한 의료용 반도체를 포함해 신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전자업계에서는 장 사장이 전장과 반도체 기판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하는 전략에 연속성을 주면서 주혁 중앙연구소장과 함께 미래 먹거리 찾기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 사장은 2023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기차·자율주행이 삼성전기에 있어서 기회 요인이다”며 “앞으로 삼성전기는 차량용 부품회사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더구나 내년 인공지능 산업의 본격적 성장이 삼성전기의 전장 및 고부가 반도체 기판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개화에 맞춰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서버용 FC-BGA 시장이 전체 FC-BG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0%에서 2026년에는 40%, 2030년에는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벨류에이트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2023년 47억 달러(약 6조 원)에서 2029년 65억 달러(약 8조3천억 원)로 가파른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자율주행 기술에도 영향을 미쳐 자동차 전장 산업 전반에 성장세에도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실생활에 녹아들려면 도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을 차량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전장산업과 상호 시너지를 낼 공산이 크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기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전체 사업포트폴리오를 전장 및 인공지능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 안에서 확고한 경쟁력과 점유율 확대로 지위를 공고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