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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각종 개인적인 키워드를 제쳐놓는다면 아마 ‘사회적 가치’가 남을 것이다.
최 회장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사회적 가치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스포츠마케팅에서도 이 사회적 가치를 가장 잘 녹여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SK그룹은 현재 K리그의 제주유나이티드, 한국프로농구의 서울SK나이츠, e스포츠의 T1, 핸드볼 남녀 리그의 SK호크스와 SK슈가글라이더즈, 그리고 장애인사이클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스포츠인 야구단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K리그 구단과 한국프로농구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SK텔레콤이 인천을 연고로 SK와이번스를 운영하고 있다가, 이마트에 매각하면서 SK와이번스가 SSG랜더스로 바뀌었다.
SK그룹이 SK와이번즈를 매각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일을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각도 나오기도 했다.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해 야구단 운영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야구 이야기는 각설하고, 어쨌든 SK그룹이 후원하고 있는 스포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역시 e스포츠와 핸드볼이다. 장애인사이클선수단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사회적 가치 추구와 관련있는 것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잠시 제쳐두도록 하겠다.
e스포츠 구단인 T1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SK가 그룹의 이미지를 신세대, IT, 최첨단 등으로 맞춰가기 위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가 단순히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e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진심인 기업이라는 것은 e스포츠 팬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
SK텔레콤 T1은 2000년대 초반에 탄생했다. 이 당시는 이때가 임요한씨, 홍진호씨 등 걸출한 스타들이 활약했던 e스포츠의 최전성기이긴 하지만, e스포츠가 아직까지 10~20대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KBS 아침마당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영원한 레전드, 임요환 선수를 불러서 “게임을 하다보면 누군가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지냐” “조직폭력배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소위 ‘막말’을 쏟아냈을 정도로 e스포츠에 대한 오해에 기반한 좋지 않은 인식이 많이 퍼져있을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SK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T1을 내려놓지 않고 지금까지 끌고 오고 있다. 결국 T1은 그렇게 e스포츠판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터줏대감이 되었다.
SK그룹이 e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진심이었다는 것을 가장 잘 말해주는 사례가 바로 T1 e스포츠 아카데미다. SK그룹이 단순히 구단 운영이 아니라 e스포츠 업계의 유망주 육성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이번 롤드컵 우승의 주역인 제우스 최우제 선수,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 오너 문현준 선수 모두 이 T1아카데미 출신이다.
e스포츠 구단은 심지어 대기업이 후원하는 팀조차도 모기업의 부실한 지원으로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갤럭시가 대표적인데, 삼성갤럭시는 사실상 스폰서가 없는 팀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후원이 부실했고, 결국 2017년 팀이 해체됐다. 하지만 SK T1은 지금까지 무려 20년 동안 단 한번도 이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다.
다음은 핸드볼 이야기다. 핸드볼은 올림픽 때만 잠깐 주목받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인기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아왔다. 그리고 올해 설립된 프로핸드볼 연맹의 초대 총재로 추대되며 그동안 실업리그로 진행되던 핸드볼리그의 프로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핸드볼협회장을 맡기 전부터 국내 최대 규모 핸드볼 대회인 핸드볼큰잔치 지원은 물론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주요 대회 때마다 대표팀에 거액의 포상금을 전달하는 등 핸드볼 업계를 위해 노력해왔다.
꼭 핸드볼뿐 아니라
최태원 회장은 ‘비인기 종목’ 후원에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꼭 리그 팀 후원이 아니더라도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마다 최 회장의 비인기 종목 후원 이야기는 꼭 기사화가 될 정도다.
사실
최태원 회장이 이렇게 비인기 종목 후원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물론 사회적 가치와 관련돼있기도 하지만, 최 회장 자신이 여러 비인기종목을 체험했던 만능스포츠맨이기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최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왔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최 회장이 중학생 시절 핸드볼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인기종목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테니스 역시 굉장히 잘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T1이 롤드컵에서 우승하면서, 그냥 우승한 것도 아니고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면서 우승하면서 SK그룹의 이름 역시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어찌보면 SK그룹이 사회적 가치와 ‘마케팅’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잡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포츠 마케팅의 목적을 처음부터 ‘실리’에 두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오너는 없을까? 다음 영상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