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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트윈스의 29년 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 LG그룹의 스포츠마케팅에 어떻게 반영이 되어있을까?
구광모 회장의 야구사랑은 사실 선대 구본무 전 회장의 그것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구본무 전 회장의 야구사랑이 진정 ‘야빠’로서 야구사랑의 느낌이라면,
구광모 회장의 야구사랑은 그의 경영철학과 맞닿아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구 회장 경영철학의 핵심은 ‘고객 경험’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취임 초부터 줄곧 고객이 LG의 근본이 되어야한다는 철학을 설파해왔다.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30번이나 사용할 정도로 고객가치를 최우선 과제로 꼽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의 이런 고객경험 중시 경영철학은 결국 요약해서 말하자면 고객이 LG의 ‘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LG그룹의 스포츠마케팅은 이런 그의 경영철학과 맞닿아있다.
LG트윈스의 응원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응원가를 꼽자면 아마도 ‘사랑한다 LG’를 꼽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LG의 직원도 아닌, LG의 ‘고객’일 뿐인 사람들 수천 명이 모여서 LG를 향해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은 스포츠가 아닌 다른 마케팅을 통해서는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구광모 회장의 야구사랑이 거짓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구광모 회장은 회장이 되기 전 LG전자에 근무하고 있을 때부터 동료들과 야구 직관을 많이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떠오른다 .이 회장 역시 재계의 유명한 ‘야빠’ 오너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행보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사실 각 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가 사업 영역이 겹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이기도 하고, 재계 라이벌이기도 해서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는 예전부터 프로야구판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2012년까지는 서로 선수 트레이드도 하지 않을 정도로 팬들 뿐만 아니라 구단 사이에서도 라이벌 의식이 강했다.
삼성라이온즈는 야구 역사상 전통의 강호이기도 하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정도로 강팀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성적이 급격하게 나빠졌고 결국 99688378이라는 비밀번호(연속 순위)를 기록하며 현재 구단 역사상 최장 암흑기에 빠져있다.
한때 6668587667 이라는, 무려 10자리의 비밀번호를 만들어내면서 꼴쥐, 7쥐, DTD 등의 암흑기를 거쳐온 LG트윈즈가 이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강팀으로 다시 태어난 것과 대비된다.
야구 팬들은 삼성라이온즈가 추락한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추론하고 있다. 바로 모기업의 관심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삼성라이온즈는 한때 다른 팀 팬들로부터 ‘돈성’이라는 부러움 섞인 비판을 들을 정도로 선수 영입 및 육성에 진심인 구단이었지만, 2014년 제일기획으로 스포츠사업을 이관한 다음부터 돈을 덜 쓰는 구단으로 변신했다. 현재 샐러리캡이 빠듯할 정도로 선수풀을 최대로 굴리고 있는 LG트윈스와 비교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삼성그룹이 스포츠에 돈을 아끼게 된 시점이
이재용 회장이 그룹의 경영을 맡게 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철저한 실용주의자로 유명하다. 삼성그룹을 경영하기 시작하자마자 방산, 화학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며 ‘선택과 집중’을 시작했고, 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전용기, 헬기 등까지 팔아치우고 이동 시에도 수행원을 잘 대동하지 않는 등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큰 관심이 없고 실질적인 분야에 집중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물론 아까 말했듯이
이재용 회장은 자식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잡혔을 정도로 야구라는 스포츠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최소한 이 회장에게 스포츠는 ‘실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기업 오너들은 생각보다 스포츠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학창시절 핸드볼 선수로 뛰었고, 이 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 역시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로 뛴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재용 회장이 배웠던 스포츠는 바로 ‘승마’다.
승마는 매우 귀족적이고, 교양이 넘치는 이미지를 보유한 스포츠다. 어쩌면
이재용 회장에게 스포츠란 실용보다는 교양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기업이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스포츠에 투자한다는 것이 ‘실용적’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사실 스포츠마케팅으로 제고되는 기업 이미지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마케팅의 실용성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어 LG트윈즈의 열렬한 팬이면서도, 노트북은 LG전자의 그램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갤럭시북을 사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스포츠마케팅의 효과와 관련해 누가 맞다, 틀리다라고 이야기 하기가 참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다.
이제 시즌은 모두 끝나고 한참 스토브리그가 진행되고 있는데, 스토브리그는 어찌보면 회사 차원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과연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두 오너의 리더십이 어떤식으로 발휘될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