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웰푸드가 해외에서 진격하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 등 주요 해외법인만 잘 나가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유통업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창엽 대표를 롯데웰푸드 수장에 영입한 효과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2025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 대표 입장에서 보면 연임 기회를 잡는데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18일 롯데웰푸드가 낸 올해 상반기 해외사업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 창립 이후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웰푸드는 상반기에 해외사업에서 매출 4165억 원을 냈다.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매출 3986억 원보다 4.5% 성장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 해외사업 매출 4천억 원을 넘었다.

해외법인의 고른 성장이 역대 최고 해외사업 성적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만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웰푸드는 상반기에 카자흐스탄법인을 제외한 모든 해외법인에서 매출이 늘었다. 카자흐스탄법인의 매출 후퇴가 루블화 가치 하락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롯데웰푸드에게 ‘아픈 손가락’과 같은 해외법인은 없는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이사가 회사의 주요 거점지역으로 꼽은 인도법인의 성장세는 특히 눈에 띄는 편이다.

롯데웰푸드가 상반기에 인도법인에서 낸 매출은 160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9.3% 늘었다. 해외법인의 평균 매출 성장률인 4.5%의 2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인도법인과 카자흐스탄법인 다음으로 덩치가 큰 러시아법인도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법인에서 상반기 거둔 매출은 412억 원으로 2023년 상반기보다 8.4% 늘었다.

해외법인만 잘 나가고 수출이 부진하다면 롯데웰푸드의 글로벌사업 성과는 ‘반쪽짜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법인에서 해외로 나가는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롯데웰푸드의 글로벌사업 기초체력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롯데웰푸드가 2분기 국내사업에서 거둔 매출은 8366억 원으로 2023년 2분기보다 0.6% 빠졌다. 수출 부분만 살펴보면 매출 541억 원을 내 성장률 14.3%를 기록했는데 그만큼 수출 분위기가 호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창엽 대표에게도 롯데웰푸드의 글로벌 사업에 온기가 도는 것은 매우 반길 만한 일이다.

이 대표는 2022년 12월 말 발표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수장에 발탁됐다.

당시 인사는 통상 11월 말 실시된 인사보다 한 달가량 미뤄진 인사였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제과 수장 후보군을 여러 명으로 놓고 끝까지 고민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그만큼 고심한 끝에 고른 인물이 바로 이 대표였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모태기업으로 평가 받는 롯데웰푸드 수장에 이 대표를 발탁한 것은 바로 그가 롯데제과를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는 한국P&G부터 시작해 허쉬(Hershey) 한국법인장, 한국코카콜라 대표, LG생활건강의 미국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 최고경영자 등을 지낸 글로벌 유통업 전문가다.

롯데제과가 롯데푸드와 합병하기로 하면서 내건 목표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도약인 만큼 이를 이끌 최선의 인물로 이 대표를 낙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롯데웰푸드 합류 이전에 다니던 LG생활건강에서도 유력한 최고경영자(CEO) 후보이기도 했다. 그는 무려 LG생활건강 CEO를 역임했던 차석용 전 대표이사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생활건강을 이끌어갈 후보로 꼽혔다.
 

LG생활건강에서 사업본부장으로 일할 당시 차석용 부회장이 보고받는 자리에 대부분 배석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가 ‘차석용의 후계자’ ‘포스트 차석용’이라는 말을 들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 대표는 LG생활건강이 좀처럼 차석용 체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2022년 2분기에 스스로 LG생활건강에서 나왔다. 이후 합류한 곳이 롯데웰푸드다.

신 회장이 정기 임원인사 시점을 미뤄가면서 발탁했던 인물인 만큼 이 대표로서도 글로벌 사업의가시적 성과가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오너 기대에 부합하는 성적표를 받아내면서 이 대표로서도 2025년 3월까지인 임기를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롯데웰푸드의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위해 대표 제품 빼빼로를 글로벌 브랜드로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 전략에 따라 해외 매출 가운데 42%를 차지했던 빼빼로 매출은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51%까지 높아졌다.

인도에서는 건과법인과 빙과법인을 통합해 연매출 1조 원 규모의 대형 법인으로 만들어 인도 내 종합제과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두고 있다.

이 대표는 롯데웰푸드의 올해 가이던스(실적 목표치)에서도 글로벌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국내 사업에서 매출 2~4%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반면 글로벌 사업에서는 매출 15~17%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국내에서는 4.5~5.5%를 예상하지만 글로벌에서는 8~9%대를 달성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