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전기차 보급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기존 IT부품 중심 사업구조에서 전장부품사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북미를 중심으로 기반을 다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멕시코 공장을 세워 카메라모듈 사업을 전장용 제품으로 다각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2024년 멕시코에서 공장 설립을 추진해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북미 전장용 카메라모듈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북미 전기차 공장에 가까이 위치해 있는 멕시코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장용 카메라모듈 시장을 조준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북미 전기차 시장규모는 75만8천 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50%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성장률은 40% 수준이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평균과 비교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장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카메라모듈 수주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9월 테슬라로 추정되는 미국 자동차 업체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미국 자동차 업체와 차량용 카메라 모듈 공급 계약을 계기로 미국에서 다양한 거래선 확보가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른 전기차 및 전통적 완성차 업체들도 삼성전기의 기술력을 눈여겨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북미에서 커지는 수주기회를 적극 살려 전장용 카메라모듈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2분기 실적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시장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진입 모델을 확대하고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등 (전장용 카메라모듈) 성장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카메라모듈 사업을 기존 IT용 제품 중심에서 전장용 제품으로 다각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북미 고객사 수주를 늘려 전장용 카메라모듈 매출 규모를 2022년 3096억 원 수준에서 2025년에 8천억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카메라모듈 사업을 맡고 있는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전장용 카메라모듈 매출비중도 2022년 9.7%에서 2025년 2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사장이 전장용 카메라모듈의 매출비중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는 배경으로 스마트폰용 등 기존 제품이 수요부진을 겪고 있는 한편 전장용은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차량용 카메라가 탑재되는 위치. <삼성전기>
전장용 카메라모듈 시장은 전기차 시장확대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따라 탑재량이 증가하는 겹호재를 맞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비영리단체 RMI의 보고서를 인용해 “2030년에는 글로벌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점유율이 62~86%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2022년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아울러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차량용 카메라가 전방과 후방에만 탑재되는 수준에서 벗어나 차량 측면과 내부까지 탑재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북미 전장용 카메라모듈 시장에 대한 공략은 삼성전기를 전장용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장 사장의 계획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전기차·자율주행이 삼성전기에 있어서 기회 요인"이라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 주력 사업에서 전기차 전장과 같은 성장산업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를 생산하는 필리핀 공장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전장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 분야에서도 베트남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공장의 4분기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장 사장이 멕시코 카메라모듈 공장을 마련하면 주력사업 영역 모두에서 전장사업의 기틀을 단단히 다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기는 내년 본업인 IT용 MLCC에서도 실적을 회복하고 이익체력을 단단히 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전장사업 확대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MLCC 산업이 성장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기의 사업확장에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멕시코 공장을 거점삼아 북미 카메라모듈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기는 기존 IT 카메라모듈 부문에서 쌓아온 기술력이 있는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