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18A(1.8나노급) 미세공정으로 대형 고객사 주문을 수주하고 상당한 규모의 선금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해당 고객사가 엔비디아 또는 퀄컴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2025년 도입을 앞둔 1.8나노급(18A) 파운드리 미세공정으로 대형 반도체 고객사의 수주 물량을 확보하며 상당한 규모의 선금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또는 퀄컴이 인텔에 고사양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유력한 후보 기업으로 거론된다.
7일 증권분석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유력한 근거가 제시됐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최근 증권사 도이체방크가 주최한 기술 콘퍼런스에 참석해 18A 공정으로 잠재 파운드리 고객사의 대규모 수주 및 선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겔싱어 CEO는 해당 고객사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선금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18A 공정은 인텔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는 차세대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이다. 비슷한 시기 2나노 공정 도입을 계획 중인 삼성전자와 TSMC를 앞서는 것이다.
인텔의 1.8나노급 파운드리 성과는 지난 10년 가까이 삼성전자와 TSMC에 밀리고 있던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다시 리더십을 되찾는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더구나 겔싱어 CEO의 발표와 같이 해당 기술로 대규모 고객사 수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인텔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TSMC를 잇는 파운드리 2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 공산이 충분하다.
시킹알파는 인텔 18A 공정에 위탁생산을 맡길 유력한 반도체 고객사로 엔비디아와 퀄컴을 꼽았다.
엔비디아는 현재 A100과 H100 등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모두 TSMC에만 맡기고 있다.
그러나 TSMC가 패키징 등 반도체 제조 능력의 한계로 수요에 모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엔비디아가 다른 파운드리업체를 협력사로 확보하는 일이 다급해졌다.
퀄컴 역시 TSMC의 생산 능력과 단가 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꾸준히 위탁생산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 및 공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로 TSMC와 기술 및 생산 능력 격차를 좁히고 있는 인텔은 자연히 이들 고객사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텔> |
시킹알파는 “엔비디아와 퀄컴은 모두 인텔의 18A 램프C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협업이 파운드리 수주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18A 램프C 프로그램은 미국 국방부가 주도하는 첨단 반도체 개발 프로그램이다. 인텔과 엔비디아,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기업이 국방 분야에 활용될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 기업이 아닌 인텔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 안겨주려 하는 미국 정부의 의도와 일치한다.
시킹알파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한 행사에서 인텔의 반도체 시범 생산 결과를 두고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는 점도 수주 가능성이 높은 배경으로 제시했다.
인텔이 2025년까지 TSMC와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력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처음 제시했을 때만 해도 이는 무리한 시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시킹알파는 “인텔은 지난 2년 반 동안 업계의 여러 우려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며 “인텔이 대형 고객사의 이름을 정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겔싱어 CEO 역시 도이체방크 콘퍼런스에서 “(인텔을 향한) 회의적 시각이 이제는 많이 줄어들어야만 한다”며 파운드리 사업 전망에 자신감을 보였다.
인텔이 예상대로 18A 공정을 통해 대규모 고객사 물량 수주에 꾸준한 성과를 낸다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입지는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킹알파는 “인텔은 TSMC와 달리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다”며 “인텔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