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법원 공탁금을 보관하는 은행 선정이 눈앞으로 다가와 은행권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공탁금은 은행이 중요시하는 저원가성 예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재근 행장 의지 아래 지난해 인천과 수원에 깃발을 꽂은 국민은행이 다시 성과를 낼 지도 주목된다.
▲ 올해 법원 공탁금 은행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근 행장 의지 아래 지난해 두각을 드러낸 국민은행이 올해도 다시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재근 국민은행장. |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법원 공탁금 은행 선정공고를 곧 낸다. 변제·담보 등을 목적으로 법원이 보관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등을 의미하는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은 해마다 7월 마지막 주에 공고돼 왔다.
올해는 충청권 지방법원 2곳(대전·청주)과 지원 6곳(천안·서산·충주·제천·영동·논산)의 공탁금 은행 계약이 끝나 이와 관련한 공고가 게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경쟁입찰로 수탁은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공탁금 규모가 1600억 원 규모로 큰 천안지원은 2018년 경쟁입찰을 진행했고 당시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 모두가 지원했다.
공탁금 보관은 은행이 중요시하는 낮은 원가의 예금인 ‘핵심예금’을 유치할 수 있어 알짜 사업으로 여겨진다.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선정되면 해당 은행은 계약기간 5년 동안 일반 예금 금리보다 낮은 연 0.1~0.35%의 이자만 지급하며 공탁금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 직원이나 민원인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동안 공탁금 보관은행은 액수로 따지면 총 10조 원 가운데 8조 원 이상을 신한은행이 점유하며 강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신한은행이 각각 44년과 65년 동안 관리했던 인천과 수원지방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처음 선정됐기 때문이다.
두 곳의 공탁금 규모는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커 이 둘을 합하면 지난해 기준 1조2천억 원을 넘긴다.
국민은행은 이뿐 아니라 다른 기관영업에서도 최근까지 성과를 내 주목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20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수탁은행 업무협상을 마무리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으로 27조 원을 운용하게 됐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구(區) 금고 유치경쟁에서도 관리금고를 2곳에서 5곳으로 늘리며 약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개인을 상대로한 소매(리테일) 영업에 강점을 지녔던 국민은행이 기관영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테일 쪽으로는 기반이 잘 다져져 있었지만 기관 쪽으로는 조금 약했던 게 사실이다”며 “지난해 기관 영업 쪽에서도 성과가 많이 있었고 인천과 수원 지방법원 공탁금 수탁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 배경에는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중심으로 기관영업에 쏟아온 노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은
허인 전 행장 시절부터 기관영업에 공을 들여왔고
이재근 행장이 이를 이어받아 힘을 더욱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직접 지난해 수원과 인천지방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다만 국민은행이 소매 강점을 기관으로 고스란히 가져가기엔 경쟁 상대들이 만만찮다.
▲ 신한은행은 지난해 서울시 1금고와 2금고를 독식하며 기관영업력을 과시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시1금고 은행지점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법원 공탁금 은행 등 기관영업 시장에서 강자로 평가받던 신한은행은 지난해 서울시 1금고과 2금고를 독식할 정도로 영업력이 여전하다.
농협은행도 만만찮다. 법원 공탁금 은행 시장에서 액수로는 밀리지만 지난해 말 계약 법원 숫자로만 따지면 87곳으로 신한은행(42곳)의 두 배 수준이다.
앞으로도 기관예금 유치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지난해와 같은 성과를 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법원행정처에 “수의계약으로 지정해온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바꾸고 출연금 등 수익을 평가 요소에 반영하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입찰 등 여러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며 "모든 은행들이 기관영업을 다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