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화성산업이 오너3세 이종원 회장 체제를 본격화한 뒤 수익구조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업 터전인 대구 주택시장을 벗어나 비주택부문으로 수주시장을 넓히고 있다. 자산운용사 인수 참여로 투자금융업계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화성산업이 오너3세 이종원 회장 체제를 본격화한 뒤 수익구조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이종원 회장. <화성산업 홈페이지>
14일 화성산업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 상반기 수주실적이 3천억 원을 훌쩍 웃돌고 있다. 계약만 남겨두고 있는 수주건까지 합하면 4천억 원에 가까운 실적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성산업은 연간 신규 수주실적 목표도 1조 원 수준으로 상향조정했다. 상반기 수주 호조에 힘입어 1월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밝힌 수주목표(7150억 원)보다 올렸다.
이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으로 주택부문 리스크 관리와 다양한 수주기회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내세웠는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성산업은 상반기 비주택부문에서 인천 연수구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 건립공사(417억 원), 한화생명 대구사옥 신축공사(981억 원)을 비롯해 경남과 대구 등에서 산업단지 조성공사, 자원회수시설 공사 등을 따냈다.
화성산업은 건축 및 분양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5년 평균 84.7%로 높은 편이다.
특히 2022년 기준 건축부문 수주총액 2조8422억 원 가운데 96.8%가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공공주택사업 등 주택부문에 집중돼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올해 비주택부문 수주성과는 매출 다변화와 외형성장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성산업은 이밖에도 올해 주택부문에서 서울에서 6년 만에 수주성과를 올렸다. 5월 서울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3단지 아파트건설공사(1305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화성산업은 2022년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42위이자 대구경북지역 1위 건설사다. 다만 서울 주택시장에서 수주실적은 1995년 두산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신내8단지 두산화성아파트(763세대)와 2017년 고덕강일지구 7단지(619세대)가 전부였다.
화성산업은 올해 신규 수주가 순항하고 분양성적도 받쳐주면서 조 단위 매출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화성산업은 2000년대 초반 한 때 매출 규모가 8천억~9천억 원대를 보였으나 최근 10년 동안은 한 해 평균 매출이 4천억~5천억 원 수준에 맴돌았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6457억 원 규모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214억 원을 거뒀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78.1% 늘어난 것이다.
올해 메리츠자산운용 지분인수로 투자금융업계로 발을 들이면서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숙부 이홍중 전 화성산업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지으면서 신사업 투자를 통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임원 출신을 영입해 전문경영인체제를 꾸리고 회장으로 화성산업의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 이종원 화성산업 회장이 2022년 9월 창립 6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화성산업 홈페이지>
메리츠자산운용 지분인수도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산업은 올해 1월 사모펀드 운용사 KCGI와 메리츠자산운용 지분 100%를 공동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화성산업 지분은 40%로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승인을 받고 김병철 전 신한투자증권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해 KCGI자산운용(가칭)으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도 KCGI자산운용 비상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며 부동산개발사업 등 건설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발굴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화성산업이 대구지역 건설사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화성산업은 1972년 대구 동아백화점 문을 연 뒤 건설업과 유통업을 두 축으로 삼아 성장해왔다. 하지만 대구에도 대기업 백화점들이 진출하는 등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2010년 이랜드그룹에 동아백화점 5개 매장과 쇼핑센터 등을 일괄 매각한 뒤 건설업에 집중해왔다.
이 회장은 2023년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 새로운 도전을 강조하며 “화성산업이 수차례의 경제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성장했던 것처럼 2023년을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는 원년으로 삼아 모범적 지속가능경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서 2022년 9월 화성산업 창업 64주년 기념식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제2의 창업정신으로 모든 사업영역에서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산업은 대구경북지역 1위 건설사인 만큼 12조 원 규모 대구경북(TK)신공항 사업과 관련해서도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TK신공항 건설을 필두로 대구경북 일대에서 펼쳐질 각종 토목공사에 ‘향토 건설업계 맏형’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며 수주의지를 다졌다.
화성산업은 최근 3년 토목공사 비중이 11% 수준에서 5%대로 줄었지만 도로, 항만과 하천, 지하철, 도시개발사업분야 등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화성산업은 1958년 대구에 기반을 둔 토목건설기업으로 출발했다. 창업주 고 이윤석 명예회장과 이인중 전 회장에 이어 오너3세인 이종원 회장이 이끌고 있다.
2022년 이종원 회장과 숙부 이홍중 전 회장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지만 이홍중 전 회장이 화성개발, 동진건설 등 계열사를 들고 독립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화성산업은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계열분리를 확정했고 같은 해 7월 이종원 회장 체제로 조직을 재편했다.
이종원 회장은 1972년생으로 화성산업 오너2세 이인중 전 회장의 외아들이다. 이인중 전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종원 회장은 경북고등학교와 경북대 불어불문학과를 나와 위스콘신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2003년 화성산업 동아백화점 마케팅 본부장, 2006년 동아백화점 상무이사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고 2019년 화성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