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니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혼합현실 헤드셋의 초기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니 아이브(왼쪽)와 팀 쿡 애플 CEO.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6월 초 공개를 앞둔 혼합현실(XR) 헤드셋은 아이폰 등 주요 제품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한 조니 아이브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으로 꼽힌다.
조니 아이브 이외에도 애플의 핵심 전현직 고위 임원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며 차세대 주요 신제품에 시장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혼합현실 헤드셋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직원 수는 현재까지 수천 명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이 2015년부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는 혼합현실 플랫폼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장기간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 가운데 몇 명의 핵심 고위임원이 제품과 소프트웨어 사업화에 특히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팀 쿡 CEO를 비롯해 지금은 애플에서 퇴사한 주요 인물도 포함된다. 제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 만큼 자연히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는 것이다.
특히 조니 아이브가 혼합현실 헤드셋의 초기 디자인 요소를 대부분 결정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조니 아이브는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맥과 애플워치 등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던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된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같이 확고한 자신의 철학을 두고 이를 제품과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적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 기기가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고 꼼꼼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데 기여한 셈이다.
아직도 아이맥과 맥북, 아이폰 등 애플의 주력 상품은 아이브의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그가 2019년 애플에서 퇴사한 뒤에도 여전히 많은 제품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지난해까지 아이브가 설립한 디자인회사를 통해 자문을 받아 왔지만 이러한 계약도 종료됐다. 결국 앞으로 출시되는 애플 기기에는 그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혼합현실 헤드셋의 디자인이 아이브의 결정을 대부분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해당 제품은 아이브가 애플에 남긴 마지막 업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는 아이브가 휴대성 높은 혼합현실 기기를 상용화하는 데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콘텐츠 구동 성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형태를 갖추지 않도록 휴대성과 착용감을 개선하는 디자인을 적용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아이브는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도 혼합현실 기기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사이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전환되도록 하는 기능을 탑재하도록 적극적으로 힘썼다.
애플이 혼합현실 기기의 하드웨어 사양 등을 대부분 확정해 둔 상태에서 출시를 수 년째 미루고 있던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실제 판매되는 제품은 아이브의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외에 애플의 유력한 차기 경영자 후보로 거론되는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 필 쉴러 전 마케팅 총괄부사장 등이 혼합현실 헤드셋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위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은 현지시각으로 6월7일 개막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혼합현실 헤드셋의 세부 사양을 처음 공개한 뒤 이르면 연말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초기 제품 가격이 3천 달러(약 396만 원)에 이를 가능성이 유력해 초반 판매량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절대 애플의 저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애플은 장기간에 걸친 전략을 통해 신제품을 성공으로 이끈 여러 사례를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