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5-21 15: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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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이 배터리소재와 반도체소재를 앞세운 ‘투트랙’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C는 2분기에도 확실한 실적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 사장은 소재사업 육성을 멈추지 않으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실적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배터리소재와 반도체소재를 축으로 하는 미래 신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C는 영업손실 217억 원을 기록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손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C의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24억 원이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7.8% 급감하는 것이다.
화학 부문이 업황 부진으로 여전히 낮은 수익성을 보이는 가운데 동박 부문 계열사 SK넥실리스도 국내 전력비 인상 여파로 수익성 개선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력비가 동박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원재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15%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SKC가 2분기 화학 부문에서 영업손실 21억 원, 동박 부문에서 영업이익 48억 원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화학 부문은 적자전환, 동박 부문은 83.4% 줄어드는 것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C 화학 부문은 여전히 부진한 수요로 스프레드(판가와 원가 차이)가 지속될 것”이라며 “동박 부문은 동박 판매량이 늘지만 전력비 상승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으로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C가 확실하게 수익성을 개선할 때까지는 아직 시일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박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 화보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박 사장은 SKC를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특히 배터리소재와 반도체소재사업을 SKC의 미래로 삼고 있다.
배터리소재 분야에서는 동박 생산능력을 2022년 말 연간 5만2천 톤에서 2025년 25만 톤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연산 5만7천 톤,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시에 5만 톤 규모의 동박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를 통해 북미에 새 거점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박 사장은 1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한국을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동박 공장 건설계획 수립에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이다.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가동될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은 하반기 SKC 실적개선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전기료는 국내보다 5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힘주고 있는 다른 배터리소재로는 실리콘 음극재가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기반 실리콘과 비교해 에너지 밀도를 10배까지 높일 수 있어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소재로 꼽힌다.
SKC는 지난해 1월 영국 실리콘 음극재 기술기업인 넥세온에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컨소시엄을 맺고 모두 8천만 달러(약 1천억 원)를 투자해 실리콘 음극재 사업권을 확보했다.
SKC는 이달 초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확실한 실리콘 음극재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말 실리콘 음극재 양산 투자계획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반도체소재 분야를 향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기업인 ISC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SKC는 19일 전체 기업가치가 1조 원으로 평가되는 ISC의 지분 일부를 4천억 원가량에 인수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반도체 및 2차전지(배터리)소재 등 관련 분야 사업 확장을 위해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며 “ISC도 ‘타깃’으로 검토하는 업체 후보 가운데 하나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ISC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반도체 테스트 소켓 분야 글로벌 1위 업체로 알려졌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마지막 검사에 사용되는 소재다.
SKC는 지난해 말 필름사업 매각으로 1조6천억 원의 성장 재원을 확보한 뒤 꾸준히 인수합병을 추진해 오기도 했다.
SKC는 현재 자회사 SK엔펄스(옛 SKC솔믹스)에서 CMP패드와 블랭크마스크를 통해 반도체소재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CMP패드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물리, 화학 반응으로 평탄하게 만들어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소재다.
SK엔펄스는 글로벌 화학사인 미국 듀폰이 80% 이상 독점하던 기존의 CMP패드 시장에서 SK하이닉스, DB하이텍의 주력 공급사로 자리 잡으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기준 SK엔펄스는 CMP패드 시장점유율 5%를 기록했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나노미터 단위의 초정밀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의 캔버스 역할을 하는 소재다.
SK엔펄스는 지난해 하반기 일본 기업들이 9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초고급(하이엔드급) 블랭크마스크 국산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SK엔펄스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블랭크마스크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 자회사 앱솔릭스에서는 반도체 글라스 기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는 여러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함께 기판에 하나의 부품으로 패키징된다. SKC의 글라스 기판은 지금까지 널리 쓰인 플라스틱 기판과 비교해 패키지 두께와 전력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소재다.
SK엔펄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조지아주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 공장을 착공했다. 내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동박의 글로벌 확장과 판매 확대, 반도체소재 및 화학사업의 고부가제품 비중 확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반도체 글라스 기판과 실리콘 음극재, 생분해 소재의 상업화에 더해 적극적 추가 인수합병으로 신규 성장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KC는 화학 및 배터리소재 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가동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하반기부터 점차 정상화될 것”이라며 “또 실리콘 음극재, 글라스 기판 등의 신규 사업의 상업화가 내년부터 일부 이뤄진다는 점과 대규모 동박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