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세단 그랜저가 인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와 RV(레저용 차량) 모델의 추격 뿌리치고 올해 '판매량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7세대 그랜저.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말 7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그랜저가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쾌속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6만여 대가 국내에서 팔리며 쏘렌토에 국내 판매 왕좌를 내줬던 그랜저는 올해 생산 정상화 국면을 맞아 3년 만에 다시 10만 대 판매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표 세단 그랜저가 국내에서 인기있는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와 RV(레저용 차량) 모델의 추격 뿌리치고 올해 '판매량 왕좌'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 국내 완성차업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1~4월 국내 누적판매에서 그랜저는 3만9861대가 판매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 대형RV 카니발(2만6297대)를 비롯해 준중형SUV 스포티지(2만3481대), 중형SUV 쏘렌토(2만3081대)와 KG모빌리티의 중형SUV 토레스(2만405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랜저는 산술적으로 올해 12만 대까지 팔릴 수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1분기가 자동차업계의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점을 고려하면 3년 만의 연간 판매 10만 대 돌파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올해 베스트셀링카 자리는 의미가 크다. 2년여 동안 자동차산업에 드리웠던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차질 없이 생산라인을 가동하게 된 만큼 '진정한 국민차'를 가리게 됐다는 점에서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2020년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초동 대응에 힘입어 세계 10대 자동차 내수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 판매가 늘며 역대 최다 판매량(190만5972대)를 기록했다.
다만 2020년 말부터 본격화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에서 비롯된 생산차질의 영향을 받아 2021년 국내 자동차 판매는 173만5천 대로 직전 5년 평균치의 90% 수준에 머물렀고 지난해에는 168만 대로 더욱 뒷걸음쳤다.
그랜저 판매실적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2020년 14만5463대가 판매돼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그랜저는 2021년에도 국내 판매 1위로 5년 연속 판매 왕좌 지키기에 성공했으나 판매량은 8만9042대로 40% 가까이 꺾였다. 지난해에는 6만7030대가 팔려 쏘렌토에(6만8902대) 국내 판매 1위자리도 내줬다.
그랜저는 5세대 모델이 판매되던 2011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만 대를 넘어섰고, 6세대 모델이 본격 판매를 시작한 2017년부터는 2020년까지 내리 10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완전변경을 거쳐 판매를 시작한 7세대 그랜저는 올해 판매 10만 대 고지 회복과 동시에 왕좌 탈환까지 노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 경쟁 모델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간 누적 판매 2위를 달리고 있는 카니발과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찬 쏘렌토는 하반기 완전변경에 준하는 수준으로 모습을 바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고 올해 국내 판매 왕좌를 넘본다.
특히 카니발은 국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번 부분변경을 통해 추가해 판매량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 예상도 전면부 모습. <유튜브 채널 '갓차' 캡처> |
신형 카니발은 부분변경 모델에서 큰 폭의 디자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존의 가로형 헤드램프를 앞서 기아 EV9과 미국 전용 모델 텔루라이드에 적용된 것과 같은 세로형으로 바꿔 달고 그릴 상단 중앙에서부터 양 헤드램프 끝까지 수평으로 이어지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얇은 주간주행등을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릴에는 다이아몬드 장식을 추가해 전체적으로 기존보다 강건하고 고급스런 느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후면의 리어 램프도 전면과 통일성을 강조해 기존 일자형 양 끝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습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기아 노사는 고용안정소위원회를 열고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을 올 상반기 기아 광명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정식 판매는 하반기에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형 쏘렌토 역시 기존의 가로형 헤드램프를 세로형으로 바꾸고 별자리 모양으로 헤드램프를 주간주행등이 감싼 기아의 패밀리룩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형 쏘렌토는 올해 7월 양산에 들어가 8월 전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7세대 그랜저가 출시 직후부터 여러차례 품질 논란을 빚고 있는 점은 판매 호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된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신형 그랜저와 관련해 무상수리 11건, 리콜 2건을 진행했다. 모두 13건 가운데 9건이 소프트웨어 문제로 나타났다.
다만 이를 놓고 자동차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적용 범위를 기존 핵심부품뿐 아니라 주요 편의기능까지 대폭 확대한 바 있다.
현대차 SDV 전환의 선봉에선 그랜저가 소프트웨어 결함 관련 문제들을 조기에 해결하는 일이 올해 왕좌 복귀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