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5-09 11: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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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리온이 수조 원 규모의 해외 생산시설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앞으로 어떤 인수대상을 찾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이 수조 원 규모의 해외 생산시설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해 더 나은 인수 대상을 찾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기업에서 신약개발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수합병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이번에 박스터인터내셔널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 검토를 중단한 데는 생산 관련 시너지가 신약개발 분야의 인수합병을 포기할 이유로 불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는 미국에 있는 대형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의약품 위탁생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스터인터내셔널은 자금난으로 인해 사업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3월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9일 태도를 바꿔 더 이상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애초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가격은 셀트리온이 보유한 재원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로이터는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 규모가 40억 달러(약 5조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3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자산 총합이 1조1천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부담이다.
이는 서 회장이 계획한 인수합병 재원 4조~5조 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이 박스터인터내셔널 바이오솔루션사업부 인수를 단행할 경우 신약개발 관련 인수합병은 거의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신약개발은 바이오시밀러사업을 이을 셀트리온의 차세대 먹거리다.
서 회장은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바이오시밀러에서 선두주자이면서 신약으로도 다국적 회사와 어깨를 겨루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2030년까지 매출 40%를 신약에서 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신약개발 분야에서 적극적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집합),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다양한 플랫폼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하는 한편 기술기업을 아예 사들이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런 인수합병의 재원으로 예정된 금액이 4조~5조 원이다. 서 회장의 개인 자산까지 포함됐다. 막대한 자금이지만 바이오솔루션사업부 인수까지 병행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새로운 투자는 그만한 기회를 의미한다.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램시마SC’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앞세워 미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의 생산시설이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서 회장은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신약개발 기술기업을 새로 거느리는 데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장에서도 이번 공시에 앞서 셀트리온이 신약개발에 인수합병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보고서를 통해 “셀트리온은 신약개발사로 거듭나기 위한 플랫폼기업에 인수합병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박스터인터내셔널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는 후순위로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