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아이패드와 맥북 차세대 제품에 올레드 디스플레이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아이패드와 맥북 등 주요 제품에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탑재 계획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핵심 협력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사이에 벌어질 치열한 수주 경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는 더 많은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경쟁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위협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경쟁사를 상대해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도 떠안게 됐다.
3일 일본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일제히 중형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생산 투자를 집중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태블릿PC와 노트북에 쓰이는 중형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형 올레드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면적이 넓고 그만큼 판매 단가도 비싸다.
그동안 LCD패널 대비 가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제조사들에 주목받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우수한 화질과 전력효율 등 장점이 부각되며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애플이 이르면 내년부터 아이패드와 맥북 일부 모델에 올레드 디스플레이 도입을 추진하는 점은 중형 올레드 대중화에 매우 중요한 계기로 꼽힌다.
아이패드와 맥북의 전 세계 판매량이 상당한 수준인 데다 애플이 새로운 기술을 제품에 도입하는 일은 전자업계 전체에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잡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이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처음 적용하기 시작한다면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고사양 태블릿과 노트북이 올레드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선제적으로 시설 투자에 나선 점도 이러한 잠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의 투자 확대가 더 중요한 목적을 배경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경쟁사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다.
BOE와 비지녹스, 에버디스플레이 등 중국 경쟁사가 정부 지원을 받아 공격적으로 중소형 올레드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에 사용하는 소형 올레드 물량 대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태블릿과 노트북용 중형 올레드는 단가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원가 측면을 고려한다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물량을 공급하는 중국 패널업체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공산이 크다.
닛케이아시아는 특히 자체적으로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더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고 바라봤다.
▲ 중국 BOE의 중형 올레드패널이 탑재된 폴더블 노트북 제품 이미지. |
삼성디스플레이는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며 꾸준한 수요 기반을 확보한 반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모바일 하드웨어사업을 중단한 뒤 확실한 공급처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결국 끊임없이 외부 고객사에서 수주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수주 기반의 사업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점을 두고 비판적 평가도 내놓았다.
이는 현재 올레드시장 진출에 사실상 실패한 뒤 파산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재팬디스플레이가 6년 전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닛케이아시아는 한국 디스플레이업체가 자칫하면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을 막아내고 애플이 주도하는 중형 올레드 시장 개막에 대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중형 올레드패널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생산 수율을 비롯한 기술 완성도를 확보하기 비교적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선두주자에 해당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경쟁사들에 우위를 지켜내기 유리한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수주 기반 사업인 디스플레이 특성상 애플과 같은 고객사의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한국 디스플레이업계가 안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한때 세계 LCD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기업이었지만 점차 중국 경쟁사들이 주도한 물량 공세와 가격 경쟁에 밀려나며 LCD사업을 중단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아직 미니LED나 마이크로LED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핵심 실적 기반인 중소형 올레드마저 중국 경쟁사들에 밀리기 시작한다면 한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업체들은 느리지만 꾸준히 올레드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태블릿과 노트북용 패널시장에서 삼성과 LG가 기회를 찾아야만 한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 사진은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제품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