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이 완성차 고객사를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 이미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확장에 속도를 내던 LG에너지솔루션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전문가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직접 완성차 고객사를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 경제상황을 살펴가며 투자 완급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추진하던 네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간 데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네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을 위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하고 관련 협상을 마쳤다고 최근 보도했다.
GM은 대대적 전동화 전략을 세우고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에 350억 달러(약 45조 원)을 투자해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터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GM은 합작 배터리 공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을 대신할 다른 배터리기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다수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진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상황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추가 생산능력 확대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네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계획이 멈춘 데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 확장을 향한 미온적 태도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배터리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이런 속도조절을 놓고 단순히 투자금 문제가 아니라 배터리 시장에서 협상 주도권이 완성차업계에서 배터리업계로 넘어온 데 따른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대다수 주요 완성차기업이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힘을 실으면서 배터리기업들이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완성차기업이 전기차와 함께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게 되면 그만큼 배터리기업 사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필요한 높은 기술력과 막대한 자금 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완성차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자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면서도 배터리기업들과 합작법인을 통한 배터리 물량 확보를 추진했다.
GM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글로벌 주요 완성차기업들은 모두 배터리기업들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추가 투자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와 관련한 배터리업계의 우려도 잦아들었고 최근에는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협상 주도권이 완전히 배터리기업으로 넘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맺어왔던 GM 이외에도 스텔란티스, 혼다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굳이 GM과 협력에만 기대야 할 상황이 아닌 셈이다.
또 향후 수년 동안 실적을 담보할 수 있는 풍부한 수주잔고를 보유한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감을 선별할 여유도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수주잔고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370조 원에 이른다. 이는 2021년 말 260조 원과 비교하면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100조 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확보한 수주잔고는 2030년까지 소화할 물량이라고 알려졌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시장이 ‘셀러스 마켓(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기업들은 점점 더 유리해질 것”이라며 “향후 배터리기업들 사이 수주 경쟁 감소로 완성차기업과 합작은 배터리기업에 더 좋은 조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