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케이블방송업체들은 앞으로 사업방향을 설정하는 데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 등 케이블방송사들도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는데 앞으로 이 과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
|
▲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 |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놓고 불허 방침을 결정하면서 앞으로 케이블방송사업의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두 회사의 결합을 반대하고 있다. 케이블방송과 인터넷방송(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합쳐 전국 단위 점유율이 아니라 권역별 점유율을 기준으로 불허 판단을 내렸다.
전국을 지역별로 나눠 살펴보면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는 지역이 다수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 기준은 이번 뿐 아니라 앞으로 케이블방송업계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케이블방송사들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전국 점유율은 낮아도 해당 지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료방송사업은 전국을 78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로 허가를 받아 사업이 진행된다. 지역에서 사업자들 사이의 지나친 출혈 경쟁을 막고 일정 수준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구조다.
케이블방송에서 점유율 1위업체인 CJ헬로비전은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은 14.2%로 2위다. 하지만 구역별로 따지면 CJ헬로비전은 78개 구역 가운데 19곳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점유율은 7분의 1 수준이지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전체 구역의 4분의 1에 이른다.
다른 케이블방송사도 전국 점유율에 비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티브로드는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은 10.8%인데 구역별로 16곳에서 1위에 올라있고 딜라이브(옛 씨앤앰)는 전체 점유율은 8%지만 14개 권역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
|
|
▲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 |
케이블방송사들은 어려워지는 경쟁 환경 속에서 인수합병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CJ헬로비전과 딜라이브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현대HCN도 매각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방송업계 관계자는 “많은 케이블방송사들이 매각 또는 합병을 추진하면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케이블방송사업의 구조상 권역별 점유율을 평가기준으로 삼으면 앞으로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케이블방송업계는 수년 전부터 인터넷방송과 경쟁에서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에서 기반과 자금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인터넷, 무선통신과 결합상품을 내세워 인터넷방송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2011년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1477만 명이었는데 그 뒤 매년 감소하면서 지난해 1453만 명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방송 가입자수는 455만 명에서 1133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케이블방송사들이 낸 매출의 합계는 2014년과 비교해 3.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적자도 10.6% 늘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