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팜이 디지털 치료제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척한다. 황선관 SK바이오팜 R&D혁신본부장 부사장이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바이오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SK바이오팜 >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톱10 제약사들이 디지털 치료제에 투자하고 있으나 아직 시작점에 있다. SK바이오팜도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4일 황선관 SK바이오팜 R&D혁신본부장 부사장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바이오팜의 디지털 치료제 경쟁력을 소개했다.
SK바이오팜은 앞서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2개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을 현지에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SK바이오팜은 이런 중추신경계(CNS) 분야 신약개발 역량이 디지털 치료제와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황 부사장은 “제약사로 멈출 것인가 헬스케어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예방·진단·치료·관리라는 환자 여정 전반에서 헬스케어를 솔루션하겠다는 비전을 세웠고 이 비전의 시작점에서 가장 좋은 게 디지털 치료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SK바이오팜은 뇌전증 발작을 감지하는 디지털 치료제 ‘프로젝트 제로’를 소개했다. 프로젝트 제로는 환자의 뇌파, 심장박동, 동작 등을 측정해 뇌전증 발작을 관리할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자체 확보한 뇌파 데이터가 앞으로 뇌전증 이외에 조현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알츠하이머병 등 다른 질병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부사장은 “우리는 중추신경계 질환에 특화된 회사로 아직 어떤 회사도 우리와 같은 뇌파 빅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며 “뇌전증에서 시작하지만 다양한 신경질환, 항암, 헬스케어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뇌파를 감지하는 센서가 완성된 만큼 적응증을 확장하는 것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치료제 분야가 비교적 초기 시장이라는 점을 들어 SK바이오팜이 대형 제약바이오기업과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봤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미국 화이자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이 디지털 치료제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중소기업이 출시해 보험약가까지 받은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SK텔레콤, SK C&C 등 다른 SK그룹 IT부문 계열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SK바이오팜의 이점이다. 실제로 프로젝트 제로 개발에도 SK C&C 인력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의 디지털 치료제 추진은 제약바이오업계 트렌드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기존 의료 생태계에게서 주인공은 환자가 아니었다. 병원에 직접 방문하고 의사 진단을 예약하는 시스템 모두가 환자에게는 불편함이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앞으로 ICT기술 발달을 계기로 헬스케어 생태계가 환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환자 접근성이 높은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결정했다.
황 부사장은 이를 숙박업계에 빗대어 설명했다. 숙박공유 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마침내 초대형 호텔기업 메리어트보다 더 큰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를 들었다.
황 부사장은 “에어비앤비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 기라성 같은 호텔 체인을 이기고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며 “SK바이오팜은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글로벌에서 최초의 이야기를 써야 하고 그 최초가 디지털 치료제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