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주가 관리'도 핵심 평가 지표 가운데 하나다.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왼쪽)의 거취가 불분명하다는 얘기가 나도는 이유다. 반면 주가가 부진한 롯데렌탈과 롯데쇼핑은 실적이 좋은 상태라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김상현 롯데쇼핑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의 거취는 안정돼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 사장단 인사의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주가 관리’다.
시가총액을 중요하게 살펴 달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당부 때문인데 주가가 부진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다가오는 인사를 앞두고 마음이 적잖이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롯데그룹 각 계열사의 1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렌탈의 부진이 눈에 띈다.
롯데하이마트는 주가는 1년 동안 50% 가까이 빠졌다. 6개월 하락 폭만 해도 40%에 육박한다.
회사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이 부쩍 약해졌다는 점이 주가 하락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매출 2조6025억 원, 영업손실 72억 원을 냈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2.8% 줄었고 적자전환했다.
가전제품의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탓인데 4분기에도 뚜렷한 호재가 없다는 점에서 올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 적자를 볼 가능성도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올해 적자로 전환하면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 10년 만의 첫 적자가 된다.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동빈 회장은 7월14일 시그니엘부산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자본시장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사실상 신 회장이 계열사 CEO를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주가를 눈여겨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 발언을 놓고 보면 주가와 실적에서 모두 고전하고 있는
황영근 대표의 거취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평가다.
황 대표의 임기가 마침 2023년 3월19일이라 재신임이든 교체든 어떤 식으로라도 조만간 실시될 인사에서 행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도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8월19일 코스피에 처음으로 상장했다. 당시 공모가는 5만9천 원이었으며 상장 하루 뒤인 2021년 8월20일에는 장중 한 때 6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8일 기준 롯데렌탈 주가는 3만 원에도 못 미친다. 약 1년3개월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났다는 뜻이다.
주가로만 보면 롯데렌탈을 이끌고 있는
김현수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도 불안해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김 사장 역시 임기가 내년 3월24일로 끝난다.
하지만 김 사장의 상황을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와 직접 비교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렌탈의 주가가 부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적은 좋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올해 1~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96억 원, 영업이익 2439억 원을 냈다. 지난해 1~3분기보다 매출은 13.3%, 영업이익은 33.2% 증가했다.
롯데렌탈의 주가 하락을 김 사장의 탓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롯데렌탈이 상장할 때만 하더라도 공모주 열풍이 컸던 시기라 투자심리가 악화한 현재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가의 하락 폭이 큰 계열사는 더 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주가는 1년 동안 각각 20%, 27%가량 빠졌다. 롯데쇼핑 주가 역시 1년 사이 15%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실적이 부진한 롯데케미칼과 달리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쇼핑은 올해 실적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형편이 나은 상황으로 여겨진다.
특히 롯데쇼핑은 올해
김상현 부회장 체제에서 체질 개선의 신호탄을 쏘고 있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주가 하락을 이유로 CEO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등 일부 계열사 주가는 1년 사이 소폭 올랐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20%가량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이다. 왼쪽부터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 |
주가가 내린 계열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방향성과 체질 개선 노력 등을 인정받아 주가가 오른 계열사도 있다.
롯데지주가 대표적이다.
롯데지주는 1년 사이 주가가 4~5%가량 올랐다. 오름 폭이 크다고 보긴 힘들지만 올해 1월 말 2만5천 원대에서 꾸준히 상승해 현재 3만5천 원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송용덕·
이동우 부회장이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이끌면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 발굴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동우 부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31일자로 끝난다. 이 부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재신임을 받아 앞으로도 계속 롯데지주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롯데제과 주가 역시 1년 사이에 2%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0% 가까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다.
롯데제과는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서 롯데푸드와 합병 등으로 계열사의 시너지를 높이는 데 기반을 닦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영구 사장의 임기도 2023년 3월23일로 예정돼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