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이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꾸준한 인수합병을 진행해 기존 제품과 서비스 강화 및 신사업 진출에 활용하며 자체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다른 대형 IT기업과 달리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신사업 진출을 앞당기기보다 기술과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둔 소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다.
IT전문지 애플인사이더는 현지시각으로 2일 “애플은 다른 기업을 계속해 사들일 뿐만 아니라 인수한 기업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인사이더는 그동안 애플에 인수합병 제안을 받았거나 인수된 기업의 오너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애플이 외부업체에 투자할 때 어떤 방향성과 목적을 두고 있는지 파악했다.
애플이 다른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주로 인지도가 낮은 신생기업 또는 기술전문기업이 애플의 인수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플이 인수합병과 관련한 소식을 외부에 잘 알리지 않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예를 들면 2019년에 애플에 인수된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기업은 6곳에 그친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는 2019년 5월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6개월 동안에만 20~25개 회사를 인수했다”고 말하며 대부분의 인수합병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애플은 1조 원 넘는 대규모 인수합병에 다른 IT기업보다 훨씬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2014년 음향기기업체 비츠(30억 달러), 2019년 인텔 통신반도체사업(10억 달러) 정도에 그친다.
결국 애플이 어떤 기업을 인수하는지 널리 알려지기 힘든 구조인 데다 인수한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운영하는 사례도 시리와 비츠, 샤잠 등 극소수에 그친다.
애플이 테슬라나 디즈니를 인수할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예측이 나온 적도 있지만 팀 쿡 애플 CEO는 취임 이후부터 소규모 투자에 집중하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팀 쿡 CEO 체제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을 진행해 최근 3년 동안에만 약 50곳의 기업을 인수합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렇게 인수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과 인재는 모두 애플이 그동안 선보인 신제품이나 서비스, 기존 상품의 기능 개선과 앞으로 선보일 전기차 등 신제품 개발에 활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팀 쿡 CEO가 애플의 인수 대상을 선정할 때 기술특허 등 지식재산권(IP), 전문인재 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두고 해당 기업과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인수합병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애플인사이더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애플은 인수 대상 기업을 완전히 애플 안에 흡수하는 방향을 두고 있다”며 “확실한 전략을 세운 뒤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주로 인수 대상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그대로 선보이지 않고 이를 애플의 생태계 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완전히 탈바꿈해 내놓는다.
음악서비스 애플뮤직과 ‘애니모지’ 이모티콘, 날씨 앱과 뉴스 앱, 음성인식서비스 시리, 얼굴인식기능 ‘페이스ID’ 등 기능이 외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개발된 대표적 서비스와 기능으로 꼽힌다.
애플은 이런 서비스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애플 생태계 안에 있는 하드웨어나 모바일앱 등에 완벽히 연동되도록 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이런 사실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팀 쿡 CEO가 애플의 생태계 경쟁력을 중요한 경쟁요소로 앞세우고 있는 만큼 애플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생태계를 최대한 바꾸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개선해 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다른 IT기업들은 애플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를 각각 10억 달러, 190억 달러에 인수한 뒤 아직도 별도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노키아 스마트폰사업을 72억 달러에,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완전히 다른 업종의 대기업을 인수해 신사업에 뛰어드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인수합병은 기존에 해당 서비스나 플랫폼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을 페이스북이나 MS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애플이 앞세우는 생태계 중심의 사업 전략과 다소 온도차가 있다.
팀 쿡 CEO가 이런 점을 고려해 애플의 신규 서비스 출시나 신사업 진출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기술을 확보한 뒤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 소식이 처음 알려진 뒤 약 6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이런 전략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기존의 편리한 전략에서 벗어나 도전해야 할 때”라며 “과감한 대규모 인수합병을 시도해 신제품 출시가 경쟁사보다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