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D램의 물량공세로 삼성전자로서는 초미세공정 D램의 비중 확대가 시급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CXMT(창신메모리)가 DDR4 등 범용 D램 판매량을 급격히 늘려 이르면 2026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유지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D램 3강 체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범용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높아 중국 범용 D램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첨단미세공정 D램에 대한 입지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글로벌 투자은행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 CXMT가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3위 업체로 올라설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CXMT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D램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현 추세대로라면 2026년 마이크론 생산량마저 추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XMT는 기존 중국 중부 허페이 공장 외에 베이징 공장까지 가동하며 D램 생산량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CXMT의 D램 생산능력은 2020년 웨이퍼 기준 월 4만 장에서 올해 말 월 20만 장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월 3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포럼’에서 “CXMT가 내년부터 모바일이 아닌 서버용 D램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며 “올해 9월 일본 도쿄일렉트론을 다녀왔는데 CXMT가 장비를 많이 구매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중국 CXMT(창신메모리)가 이르면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D램 시장 3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위치한 CXMT 반도체 공장 모습. < CXMT > |
중국산 D램 물량이 대거 풀리면 자연히 D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5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5~10%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중국산 범용 D램 확산은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공정 D램 판매 비중이 높아진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범용 메모리 매출 비중 높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D램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SK하이닉스가 30% 대에 이르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10% 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전체 D램 매출에서 CXMT와 경쟁해야 하는 DDR4, LPDDR4 판매 비중도 높은 편이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국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설비투자와 생산능력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생산능력 확대는 부진한 수요와 함께 메모리 과잉 공급 우려, 이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 부회장이 지난 18일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 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첨단공정 D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DDR4 생산라인을 DDR5와 HBM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세대 HBM인 HBM3E의 엔비디아 인증 통과와 공급량 증대가 회사 메모리 사업에 중요해졌다.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직하게 된
전영현 DS(반도체) 부문장 부회장은 HBM3E 성능과 수율(완성품 비율), 차기 HBM4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삼성전자의 HBM3E 8단과 12단 품질 테스트를 '패스트 트랙'에 놓고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평택캠퍼스 4공장(P4) 생산라인이 2025년 본격 가동되면 첨단 미세공정 D램 생산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캠퍼스 4공장은 당초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모두 담당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일단 첨단 메모리 전용 생산라인부터 구축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파운드리 수주 물량이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2025년이 D램 사업 체질 개선에 성공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CXMT와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LPDDR4 설비를 엔비디아용 HBM3E로 전환하며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