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를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1년 만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결론을 내리면 이제 두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공은 해외 경쟁당국으로 넘어간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
공정위는 9일 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조성욱 공정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의했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의 최고 의사결정 절차다.
최종 결과는 이날 바로 공개되지 않고 1주 정도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이날 열린 전원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결론을 ‘조건부 승인’으로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두 기업의 심사보고서에 조건부로 승인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던 만큼 전원회의에서도 이같은 방향성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고 운수권을 재배분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단 심사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공정위가 내건 조건의 방향성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을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의 이같은 의견에도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으로 매듭을 짓는다면 조 회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년 넘게 발목을 잡았던 공정위 심사가 마무리되면서 조 회장이 꿈꾸고 있는 ‘메가 캐리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조 회장은 이제 두 항공사 기업결합의 키를 쥐고 있는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했다.
현재 필수신고국가 가운데서는 터키,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고 태국에서는 사전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필수신고국가인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에서 승인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한 곳이라도 승인을 하지 않으면 조 회장의 꿈도 무산된다.
유럽연합(EU)이 최근 기업결합에 엄격한 태도를 보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나항공 기업결합도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조 회장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는 2020년 3위 에어트랜샛의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유럽연합이 합병조건을 조정할 것을 요구해 인수를 철회한 바 있다.
지난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도 유럽연합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두 기업의 합병은 결국 무산됐다.
대한항공은 새해 들어 싱가포르 경쟁당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싱가포르는 기업결합을 위한 임의신고국가로 꼭 승인을 받아야하는 필수신고국가는 아니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승인 결정문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싱가포르 경쟁법상 금지되는 거래가 아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경쟁당국은 여객부문에서 싱가포르항공 등 경쟁 항공사의 경쟁 압력 등으로 가격인상 가능성이 낮고 화물부문에서도 화물항공사 및 잠재적 경쟁자로부터의 경쟁 압력이 크고 초과 공급 등으로 경쟁제한 우려가 낮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2022년은 대한항공에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나머지 필수신고국가 및 임의신고 국가 가운데 미승인 상태인 영국, 호주 경쟁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