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AI) 스피커,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 솔루션 등에 한층 고도화된 초거대 인공지능을 적용해 사업의 성과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거대 인공지능이란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처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종의 '전자두뇌'다.
KT의 B2B(기업간거래) 사업 대부분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초거대 인공지능의 확대 적용은 구 사장의 '디지털 플랫폼기업(디지코)' 전략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일 KT에 따르면 구 사장은 AI원팀을 구성해 개발하고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을 상반기 중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와 인공지능 컨택센터 솔루션에 적용해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구 사장은 초거대 인공지능을 인공지능 컨택센터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약 3조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국내 인공지능 컨택센터 시장에서 공공기관이나 기업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컨택센터란 콜센터에서 전화를 건 고객에 응대하기 위해 음성인식, 챗봇 등에 인공지능기술을 도입한 고객관리시스템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콜센터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구 사장은 지난해부터 초거대 인공지능의 상용화를 추진해왔다.
KT는 기가지니와 인공지능 컨택센터에 초거대 인공지능을 우선 적용한 뒤 더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확도와 성능을 고도화해 다른 사업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KT는 현재 호텔, 로봇, 헬스케어, 디지털물류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는데 초거대 인공지능을 통해 콘텐츠를 수집해 공유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큐레이션이나 감성대화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거대 인공지능의 적용 확대는 KT의 B2B사업 키우기로도 이어질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구 사장이 KT를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실현하는 데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구 사장은 2025년까지 KT의 B2B사업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2021년 3분기 기준 KT의 B2B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약 39%를 차지한다.
B2B사업에서 특히 인공지능 관련사업 매출이 포함된 AI/DX부문의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2021년 3분기 AI/DX부문 매출은 2020년 3분기보다 29.7% 증가했다.
KT의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은 네이버의 초거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2040억 개)와 비슷한 수의 매개변수로 개발되고 있다. 다만 LG전자의 초거대 인공지능 ‘엑사원’(3천억 개)보다는 매개변수 개수가 적다.
매개변수는 입력값과 출력값 사이 과정을 알기 위해 인공지능이 찾아내야 하는 변수로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인공지능의 결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네이버나 LG전자가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등의 외국어를 학습시키는 것과 달리 KT는 현재 한국어를 중심으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KT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활용되는 기가지니 스피커와 인공지능 컨택센터 솔루션 모두 한국어로 서비스되고 있어 한국어 모델 개발에 우선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국내 다른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과 비교해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에 "앞으로 초거대 인공지능의 매개변수 값은 계속 고도화될 것이며 현재 2천 억, 3천 억 개라는 숫자는 성능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어 사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해외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개발업체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외국어를 기반으로 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개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사업은 구 사장이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다.
구 사장은 2022년도 신년사에서 통신사업의 안정과 디지코 전환을 강조하면서 올해 가장 기대하는 분야로 인공지능을 꼽았다.
앞서 구 사장은 최고경영자로 내정된 뒤 2020년 2월부터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연합체 AI원팀 결성을 주도했을 정도로 인공지능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인공지능사업의 성과는 구 사장의 연임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구 사장은 2020년 3월 KT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으며 2023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KT CEO추천위원회의 평가를 앞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