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증시호황 대신 자체 실력으로 이룬 '압도적 우위'를 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정 사장은 증권업계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크게 앞선 1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테크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어 대변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적 영업을 뛰어넘어 모든 생각과 행동을 디지털로 바꾸는 '디지털 일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5일 한국투자증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사장은 올해 '디지털 혁신'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이 2021년에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 사장은 이것에 안주하지 않기를 주문했다.
정 사장은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최고 실적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차별화된 성과로 경쟁사를 앞서는 것"이라며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용기와 열정을 발휘해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증권업계 순이익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결기준으로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2044억 원을 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쟁사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의 2021년 누적 3분기 순이익은 9930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증권업계 순이익 1위 차지하고 있었으나 2020년 미래에셋증권에 1위를 내준 바 있다.
2021년 다시 1위를 되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에 따른 일회성 성격의 지분법 이익이 반영되면서 얻은 실적으로 미래에셋증권에 비해 '압도적' 실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영업이익에서는 미래에셋증권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 사장은 단순히 증시호황에 따른 실적증가에 만족해서는 안되고 한국투자증권의 체력자체가 높아져 실적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스스로의 실력으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그 전략으로 영업력 강화나 대체투자를 통한 수익성 확대를 이야기하지 않고 '디지털 혁신'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의 빠른 변화를 놓고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테크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무섭게 약진하고 있는 점을 짚었다.
심화하는 경쟁 속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강한 단어를 임직원들에게 던지기도 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에도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혁신의 '일상화'를 주문했다.
전통적 영업방식으로는 더이상 금융회사가 성장할 수 없고 모든 생각과 행동을 디지털로 맞춰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이러한 기조에 따라 2020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본부를 구성하고 2021년에는 디지털플랫폼본부 신설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모든 부문의 일상적 회사생활까지 파고들었다.
그는 "디지털 혁신은 IT/DT본부나 신설된 디지털플랫폼본부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리테일, 홀세일, IB/PF, 운용부문, 본사관리 등 전사가 대응에 나서야 하고 반드시 앞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내가 하는 일의 절차, 내가 만나는 고객, 내가 만드는 자료 등 우리의 일상 안에 디지털 혁신의 길이 있다"며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디지털 혁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해외주식의 소수점 매매 플랫폼 '미니스탁' 및 '온라인금융상품권'을 출시했고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키스라(KISRA)'가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이 주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의 운용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증권업계 최초의 공채출신 대표이사다.
1988년 동원증권 공채로 입사했으며 2005년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뒤에도 계속 한국투자증권에 몸을 담았다. 이후 2019년 1월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진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