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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가 14일 NH농협은행 대전중앙지점을 방문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한 후 행원에게 통장을 받고 있다. |
은행과 증권사들이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일제히 출시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자산관리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상품으로 평가된다. 다만 소비자에게 투자원금 손실이나 불완전판매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은행 증권사 누가 유리할까
금융회사 33곳은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일제히 출시했다. 은행 13곳과 증권사 19곳 외에 미래에셋생명이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내놓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하나의 계좌에 예금, 적금, 주식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넣고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계좌별 손익에 따라 200만~250만 원 규모의 비과세 혜택도 주어진다.
직전 연도에 금융소득 2천만 원 이하를 거둔 근로자와 자영업자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만들 수 있다. 계좌 한도는 연간 2천만 원씩 최대 1억 원이다. 소비자 1명당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1개만 만들 수 있으며 한 번 만든 계좌를 3~5년 동안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은행과 증권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증권사는 신탁형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모두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신탁형은 소비자에게 투자상품을 직접 고르도록 한 상품이다. 일임형은 금융회사에서 소비자에게 종합적인 투자상품 모델포트폴리오(MP)를 제시한 뒤 선택권을 일임받는 상품이다.
금융위는 최근 은행도 일임형 투자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14일에 신탁형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만 출시했다. 은행들은 일임형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를 이르면 4월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평균 수수료율 0.1~1.0%로 신탁형의 0~0.3%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수료수익을 낸다”며 “증권사의 기존 랩어카운트형 자산관리상품과 비슷하게 구성된 것도 증권사에 유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방대한 영업망을 기반으로 반격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출시한 은행들의 지점을 합치면 약 7300곳에 이른다. 증권사들이 보유한 지점 1200여 곳보다 6배 이상 많다.
소비자가 신탁형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에 가입하려면 영업점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점도 은행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임형은 이르면 4월부터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반면 신탁형은 가입한 뒤 투자상품을 중간에 바꾸는 것만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전망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장기적으로 은행과 증권사에 모두 이득을 줄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단기적 이익보다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할 상품”이라며 “향후 제도 정비를 거쳐 장기적으로 자산관리시장을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영국 등 해외 사례에 견주어 보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개설 전망치는 올해 260만 개에서 2020년 480만 개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계좌 잔액도 2020년 31조4천억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팔 수 있게 되면서 자산관리시장 자체의 성장동력을 얻었다”며 “향후 자산운용업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 등 개별 금융권들의 융합을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고객의 신뢰도를 충분히 쌓아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원금손실이나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의 피해 이슈가 불거질 경우 초창기에 입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재도 은행과 증권사들이 수수료율을 공개하지 않고 소비자를 가입시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상품구조를 개선하고 제도를 보완한 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