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14일에 열릴 헬릭스미스 임시 주주총회는 개인주주가 보유한 헬릭스미스 주식이 전체의 9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이 김선영 대표와 유승신 대표 등 현재 경영진의 앞날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2월말 기준 개인주주 6만5천여 명이 헬릭스미스 주식의 89.7%(3426만5714주)를 보유하고 있어 현재 경영진과 소액주주 비대위 가운데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성향의 개인주주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중도성향의 개인주주는 헬릭스미스의 기업가치를 높여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
헬릭스미스는 연구개발기업으로서 영업이익 적자을 이어가고 있는데 조속히 경영 정상화를 이끌고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개발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비대위측은 현재 경영진이 방만하게 기업을 운영해왔고 그동안 주주와 소통에 소홀해 신뢰감이 바닥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영진의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소액주주 비대위는 김 대표를 포함한 현재 경영진이 경영난에 시달리면서도 한 번도 외부투자를 받지 못하고 주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점, 주주들의 돈으로 고위험자산에 2500억 원이나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냈고 이와 관련한 책임자 문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점, 김선영 대표가 2020년 말 진행된 유상증자에는 개인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헬릭스미스 자회사의 가족과 현 경영진 지분을 늘린 점, 주주와 소통에 소홀한 점 등을 문제로 제기한다.
소액주주 비대위 측은 인터넷 카페 ‘헬릭스미스 주주카페’를 중심으로 의결권을 대리행사할 수 있는 위임장을 모으며 의결권 싸움에 대비하고 있다.
3월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50% 가까이 지분을 모았던 만큼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50%가 넘는 지분을 모아 현재 경영진을 몰아내고 민·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김 대표는 현재 경영진이 보유한 신약 개발경험과 이와 관련한 전문성이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의 성공적 개발을 이끌 것이라는 점을 내걸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소액주주 비대위가 대표이사 후보자로 밀고 있는 최동규 전 특허청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후보들이 신약 개발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엔젠시스 개발 초기부터 보여준 임상 개발능력을 내세우고 있다.
1일부터 임시 주총이 열리는 14일까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활동을 펼치기로 하면서 중도성향의 개인주주들을 포섭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김 대표는 2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글래스루이스가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를 포함한 현재 경영진의 해임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는 점에서 중도 성향의 개인주주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를 포함한 현재 경영진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헬릭스미스 주식 지분율은 올해 3월말 기준 7.24%에 불과해 김 대표가 중도 성향 개인주주의 마음을 잡기 위해 파격적 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시선을 보낸다.
김 대표는 올해 3월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엔젠시스 임상 성공 또는 헬릭스미스 주가 10만 원대 회복에 보유주식을 내걸었던 만큼 그의 해임 여부가 걸린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또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2년 10월 말까지 엔젠시스 임상에 성공하거나 헬릭스미스 주가를 10만 원으로 회복시키지 못하면 내가 보유한 모든 헬릭스미스 주식을 회사에 출연하거나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며 “4월 중으로 이 각오가 법적 효력을 갖도록 조치를 취한 뒤 공식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개인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되찾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개인주주들이 결집해 회사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영진이 교체된 적도 있는데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솔젠트의 개인주주가 2020년 8월 경영권 갈등 끝에 해임된 석도수 전 대표이사를 올해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시 대표이사로 올리기도 했다.
반면 개인 유전체를 분석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업체인 마크로젠의 개인주주는 올해 3월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들이 추천한 후보를 이사로 선임하려고 했으나 최대주주인 서정선 회장과 의결권 싸움에서 패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