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중간배당을 얼마나 늘릴까.
하나금융지주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은행권 배당을 억누르던 금융당국의 족쇄도 풀렸다.
김 회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중간배당을 해왔는데 다른 금융지주들을 무색케 할 만큼 과감하게 배당금을 풀지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린다.
29일 CNBC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3개 대형은행의 배당 제한조치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미국 주요은행들이 잇따라 배당 확대를 발표했다.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가 주당 배당금을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고 골드만삭스도 배당금을 60% 확대하기로 했다.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두 자릿수 이상 배당 상향을 추진한다.
배당 확대는 미국 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은행권 역시 실적 호조 속에 배당 제한이 풀리면서 당장 중간배당부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금융지주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자본관리 권고를 6월 말 종료하기로 했다. 7월부터 금융지주들은 자유롭게 배당을 추진할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15일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발표하며 일찌감치 중간배당을 예고한 하나금융지주에 쏠린다. 금융지주 가운데 중간배당정책에서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받기 대문이다.
김정태 회장은 이전부터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시행하며 배당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금융당국이 배당 자제를 권고한 2020년에도 하나은행은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하나금융지주는 중간배당을 했다.
최근 실적 호조로 다른 금융지주들도 중간배당에 나설 것으로 여겨진다. 김 회장이 처음 중간배당을 시행하는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되는 배당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1분기 기준 14.1%로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아 배당여력이 충분한 점도 하나금융의 중간배당 수준을 향한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재무총괄 전무는 4월 말 실적발표 행사에서 “보통주 자본비율이 높은 상태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중간배당을 실시해 주주환원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8520억 원을 냈다. 2분기에도 순이익 8천억 원 이상을 낼 것으로 예상돼 상반기에만 순이익 1조7천억 원가량을 거둘 것으로 여겨진다. 연간 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좋은 실적에 힘입어 김 회장이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중간배당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익 증가와 자본비율 상승요인 등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지주 반기배당 규모는 2019~2020년보다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소 주당 700원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김 회장은 2012년 지주 회장 취임 이후 한 번도 중간배당을 거른 일이 없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은 중간배당금이 해마다 늘어나 주당 500원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중간배당금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배당 증가세가 한 차례 꺾였던 만큼 이전보다 배당 확대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배경에는 중간배당을 향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4일 장중 4만8천 원으로 52주 신고가를 보였고 28일 장중에도 재차 4만8천 원선을 밟았다.
변수는 자본 건전성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시선이다. 금융위원회는 배당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이전 평년 수준 배당성향’을 들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하나금융지주의 중간배당성향은 12.45%였지만 2018년은 9.22%, 2017년은 8.61%로 낮았다. 중간배당성향이 10% 아래로 회귀한다면 주당배당금이 700원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하나금융지주 연간 배당수익률을 5.6%로 추정하면서 중간배당액을 650원으로 산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15일 주주명부 폐쇄기준일을 공시하면서 “중간배당 실시 여부와 배당액 등은 코로나19 회복 정도와 금융당국 자본관리 권고안 등을 신중히 고려해 이사회에서 결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