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넥신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200억 원을 모으려던 계획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코로나19 백신 임상비용 마련에 부담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제넥신은 올해 3월말 기준 현금 359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할 임상3상 연구개발(R&D)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데 제넥신이 보유한 국내외 바이오기업 지분을 처분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제넥신은 올해 5월에 연구개발비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바이오기업 아이맵바이오파마 지분 131만여 주를 매각해 360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제넥신은 아이맵바이오파마 이 외에도 레졸루트, 제넨바이와 KG바이오, 와이바이오로직스, 코이뮨 등의 국내외 다양한 바이오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성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금 300억 원을 포함해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자산은 9천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자산의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넥신 관계자도 “자금 확보방안에 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GX-19N의 임상3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상시험 대상자를 나눠서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 3만 명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임상3상에서 먼저 1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성과를 지켜본 뒤 나머지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의 계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성 회장은 1만 명을 대상으로만 임상3상을 진행하는 데에도 5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 회장은 정부로부터 GX-19N 임상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지원받겠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의 임상시험에 지원하려고 확보한 금액은 687억 원에 불과하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N 이외에 면역항암제, 자궁경부암 DNA 백신, 지속형 성장호르몬 등의 신약 후보물질도 임상2상과 3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들 후보물질의 임상시험까지 진행하려면 더 많은 연구개발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제넥신이 연구개발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 GX-19N의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넥신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은 없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N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델타형 변이를 포함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넥신은 GX-19N을 투여한 사람들에게서 T세포(면역세포)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며 이러한 T세포가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X-19N의 임상2a상 결과는 7월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넥신은 이 결과를 토대로 국내와 인도네시아에서 임상2b/3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넥신 관계자는 “코로나19는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이 종료한 뒤에는 엔데믹(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속도가 늦더라도 백신 후보물질을 변경하면서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