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풍산 대표이사 회장이 전기자동차 수요에 대응하고자 신동사업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신동사업은 구리나 구리 합금을 압연·압출을 통해 판이나 관, 봉, 선 등으로 만드는 것이다. 풍산은 전기자동차의 핵심부품인 커넥터(전기전자 연결부품)의 소재인 구리판을 제작하고 있다.
3일 풍산에 따르면 류 회장은 풍산의 미래 먹거리로 구리를 활용한 전기자동차부품사업에 주목하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커넥터 생산과 영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풍산은 전기자동차 배선에 들어가는 케이블과 커넥터의 핵심 원자재인 압연구리를 한국단자공업에 납품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선과 커넥터에는 가격이 비싼 고밀도 구리가 쓰인다. 한국단자공업은 현대모비스를 거쳐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전기차 배선과 커넥터를 납품하고 한국GM에도 공급하고 있다.
류 회장은 전기자동차용 특수 구리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도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류 회장은 전기자동차산업의 성장을 내다보고 ‘전자부품용 동합금 개발’과 ‘고강도 단자소재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자부품용 동합금 개발은 2018년부터 시작해 올해 6월 개발이 마무리 되며 모바일 제품에 쓰이는 고강도 단자소재 개발도 올해 말이면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풍산 관계자는 “구체적 소재 개발 진행과정과 관련해서는 영업비밀이라 밝히기 어렵지만 전방산업인 전기자동차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구리 판을 소재로 만드는 전기자동차용 커넥터, 단자, 터미널 소재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자증권은 전기자동차용 구리 수요가 2020년 39만1천 톤에서 2030년 408만 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구리 가공업체인 풍산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자동차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리 소재에 관심이 높은데 풍산은 신동사업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친환경 흐름이 나타나면서 석유보다 전기에너지를 쓰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풍산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구리는 전기제품의 필수원료라 시장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구리 가격 상승은 경기 호황을 의미하는 데다가 가공업체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생산품 가격에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제 구리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4월30일 기준으로 톤당 9949달러에 거래됐다.
구리 가격은 올해 2월2일 7755.5달러에서 2월25일 9614.5달러로 급등한 뒤 4월 초 다시 8700달러 대로 내렸다가 4월14일부터 다시 9천 달러를 넘어섰다.
증권업계에서는 풍산에게 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 들어 최근 7년 사이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풍산이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6240억 원, 영업이익 246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39.7%, 영업이익은 103.3% 늘어나는 것이다. 매출이 3조 원을 넘는다면 2014년 이후 기록을 다시 쓰는 셈이다.
풍산의 신동사업부문은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수익 가운데 77.41%를 차지하고 있고 방산사업이 나머지 22.59%의 비중을 이루고 있다.
류 회장으로서는 전기자동차시장의 확대에 맞춰 구리 수요와 가격이 증가하고 있어 실적 증가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셈이다.
풍산 관계자는 “올해 구리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전방산업의 급격한 호조로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