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고위험군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다시 설계해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약물의 적용범위를 임상2상때보다 더욱 줄여 유효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인데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기대이하로 보인다.
▲ 종근당 로고.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올해 말까지 세계에서 600명을 대상으로 나파벨탄의 글로벌 임상3상을 마친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향한 증시 투자자들의 반응은 높지 않다.
종근당 주가는 두 달전만 해도 20만 원을 훌쩍 넘었으나 나파벨탄이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는 데 실패한 뒤로 13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두 달사이 50% 넘게 주가가 빠졌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은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회 바이오리더스클럽 행사에서 “고위험군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을 실시해 나파벨탄의 효과를 치료적으로 확증할 것이다”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중증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종근당이 임상2상에서 나파벨탄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는데도 오히려 나파벨탄 개발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했다는 시선도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종근당이 나파벨탄의 상용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시장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나파벨탄의 적용범위가 좁다. 종근당은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했는데 임상3상은 중증환자 가운데서도 고위험군 환자만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중증환자는 10~2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위험군 환자는 이보다 비중이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나파벨탄이 해외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도 그다지 많지 않을 수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매출 발생이 종근당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해외 긴급 조건부승인 및 비축물량 공급계약 등이 체결된다면 실적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만 놓고 보면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해야지만 높은 규모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데 종근당은 당장 국내와 러시아, 멕시코, 세네갈 등 국가에서만 나파벨탄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나파벨탄의 매출규모를 글로벌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와 비교해 연간 30억 달러(약 3조3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약물의 적용범위나 진출할 수 있는 국가가 다른 만큼 나란히 비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종근당은 고위험군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다시 설계하는 만큼 나파벨탄의 유효성을 입증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나파벨탄은 러시아 임상2상에서 조기경고점수가 7점 이상인 고위험군 환자군(36명)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경고점수는 호흡수, 산소 포화도, 보조 산소, 체온, 수축기 혈압, 심박수, 의식 수준 등 7가지 임상적 변수를 기반으로 한 평가지표인데 종근당에 따르면 조기경고점수가 7점 이상인 고위험군 환자군에서 나파벨탄을 투여했을 때 산소치료에 3일 더 적게 걸리는 등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다.
종근당은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나파벨탄의 임상3상 시험계획을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종근당은 러시아 임상2상에서 충분한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지 못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치료제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있을 거라고 보고 우선 시장성보다는 공익성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나파벨탄은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로 주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렘데시비르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억제효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