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를 강화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법이 개정되면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게임의 수익성을 보완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게임마다 확률형 아이템에 매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면서 사행성 시비가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 국내 게임사가 다수 입주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연합뉴스> |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 법안이 의결되면 국내 게임사들은 '뽑기 방식'에 중점을 둔 게임 매출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이용자들이 확률에 따라 구매한 가치보다 많거나 적은 아이템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용자는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뽑기 방식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확률도 알 수 없었다.
이 방식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계속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캡슐 장난감 자동판매기 '가챠폰'의 이름을 따 '가챠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용자가 결제를 무작정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사행성 시비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오랜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게임법이 개정되면 이용자가 뽑기 등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을 무조건 미리 알게 된다. 확률이 아주 낮다면 처음부터 구매를 포기하거나 결제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게임사의 매출도 이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뽑기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게임사들은 수익구조를 보완해야 하는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된다.
물론 국내 게임사들은 현재도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규제하고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뽑기 확률을 고시하고 있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현재 자율규제는 이용자가 결제를 통해 구입하는 뽑기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
특정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 2단계 이상의 뽑기를 거쳐야 하거나 뽑기를 여러 차례 거쳐 조각을 일일이 모아야 특정 아이템으로 완성되는 ‘컴플리트 가챠(완성형 뽑기방식)’ 등은 막을 수 없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리니지2M’에서 ‘고대의 역사서’라는 아이템과 관련해 사행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리니지2M에서 최고 등급의 무기를 만들려면 ‘고대의 역사서’라는 아이템을 1장부터 10장까지 모아야 한다. 10장을 모두 확보하지 못하면 이 아이템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여기서 8장, 9장, 10장은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제작 과정의 성공과 실패에 확률이 적용된다. 제작에 성공하면 고대의 역사서가 되지만 실패하면 재료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이런 아이템의 제작 확률은 현재 자율규제상 공개 대상이 아니다. 결국 이용자가 고대의 역사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게임안에 있는 아이템을 구입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넥슨도 모바일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도입된 빙고형 뽑기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용자는 빙고 카드를 구입해 1부터 25까지 모든 숫자를 채워야 최고급 차량을 얻게 된다.
문제는 빙고 카드를 뽑았을 때 이전에 1이 나왔는데도 또 1이 나올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용자는 1부터 25까지 모든 숫자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결제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일부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게임사에 항의의 목소리를 직접 내고 있다.
넥슨의 PC온라인게임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1월 말 경기도 판교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트럭에 장착한 전광판에 항의 문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넥슨에서 공개하지 않는 점은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게임사에서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 강화에 앞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시험하기도 했다.
웹젠은 모바일게임 ‘뮤 아크엔젤’에서 뽑기를 배제하고 돈을 쓴 만큼 강해지는 ‘배틀패스’ 방식을 도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PC온라인게임 ‘엘리온’에 ‘바이투패스’ 과금구조를 도입했다. 게임을 처음 이용할 때 일정 금액을 내고 그 뒤부터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