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올해도 발행어음시장에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1호 발행어음사업자인데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고 2017년부터 발행어음 잔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4호 발행어음사업자 탄생을 앞두고 발행어음시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2017년 한국투자증권, 2018년 NH투자증권, 2019년 KB증권에 이어 발행어음시장에 진출할 다음 주자로 미래에셋대우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해 외부평가위원회 검토를 마무리하고 현장실사 등을 앞두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말한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이 9조 원대에 이르는 만큼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20조 원에 가까운 발행어음이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면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1호 발행어음사업자로서 2017년부터 굳건하게 지켜온 발행어음잔고 1위 자리가 위태로울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 상황을 놓고 봤을 때 후발주자가 공격적으로 발행어음 잔고를 늘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발행어음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 자금을 운용해 낸 수익으로 투자자에게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는데 적절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오히려 투자자에게 이자비용만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투자처도 많지 않다.
게다가 저금리상황이 계속되면 발행어음 운용 투자처 가운데 하나인 채권금리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발행어음에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국투자증권도 역마진 등을 걱정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1호 발행어음사업자답게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에 힘입어 역마진 우려에도 뛰어난 운용 성과 보이며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카카오톡에서 온라인으로 주식 및 펀드뿐만 아니라 발행어음에도 투자할 수 있는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내놨다.
발행어음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춘 것인데 역마진 우려에도 한국투자증권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앞서 발행어음 역마진 우려와 관련해 1~2% 정도의 마진율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발행어음시장 규모는 연말 잔고를 기준으로 23% 가까이 성장했다.
2019년 말 12조7천억 원가량이던 발행어음 잔고는 2020년 말 기준 약 2조8900억 원 늘어난 15조5900억 원에 이른다.
2020년 연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7조5600억 원, NH투자증권 4조3천억 원, KB증권 3조7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전체 발행어음 가운데 48.49%로 나타났다. 50%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던 2019년 연말과 비교해 4.27%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운 압도적 발행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