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대표 조형물 모습. <오사카 관광국 공식 홈페이지> |
일본 오사카의 코노하나구는 1960년대 일본의 산업 성장을 주도한 한신임해산업지대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이 지역은 쇠퇴하기 시작했으며 공장들 역시 하나둘씩 이 지역을 떠나갔다.
계속 쇠퇴일로를 걷던 이 지역의 부활은 2001년 3월 시작됐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 개장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개장 첫 해 관람객 1천만 명을 돌파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빨리 관람객 1천만 명을 넘어선 테마파크’에 이름을 올렸고 2019년 기준 14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이 테마파크를 찾고 있다.
초대형 테마파크는 관광산업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역경제와 운영기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업이다. 일본의 다이와은행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 따른 경제효과는 전국적으로 8조 원에 이른다.
24일 유통레저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은 테마파크의 불모지로 인식돼왔다.
세계테마엔터테인먼트협회(TEA)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25위 테마파크 입장객 순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에버랜드의 연 입장객은 660만 명, 롯데월드는 595만 명으로 각각 세계 16위, 17위에 머물고 있다. 일본이 도쿄디즈니랜드(3위), 도쿄 디즈니씨(4위),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5위)로 엄청난 수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고 비교되는 수치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도 초대형 테마파크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관광업이 다시 활성화되는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대비하고 황폐화된 지역경제를 다시 되살리기 위한 시도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2021년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28조 원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2021년 안으로 추진되는 10조 원 규모의 사업 가운데 5조 원을 테마파크 건설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역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며 적극적으로 테마파크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화성 국제테마파크, CJ그룹의 고양 K컬처밸리, 롯데그룹과 GS그룹의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등이 대표적 사례다.
◆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는 테마파크, 신세계 CJ 롯데 한국의 '디즈니랜드'를 꿈꾸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테마파크 건설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테마파크를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라 ‘복합 문화공간’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이 참여하는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총사업비만 4조57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부지 규모만 여의도의 약 1.4배에 이른다. 2021년 착공, 2026년 1차 개장, 2031년 그랜드 개장을 목표로 추진된다.
신세계그룹은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놀이공원, 쇼핑몰, 리조트, 골프장 등을 모두 포함한 체험공간으로 설계하고 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신세계 스타필드’처럼 꾸며지는 셈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끊임없이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자는 테마파크나 야구장 등 놀이문화라고 말해 왔다. 정 부회장은 화성 국제테마파크사업을 두고 “신세계 그룹의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CJ그룹은 경기도 고양시와 함께 CJ그룹의 강점인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8월11일 열린 ‘K컬처밸리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협약 체결식’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준 고양시장, 박근희 CJ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해 세계 최고 규모의 ‘콘텐츠파크’ 건설과 관련된 기대감을 보였다.
경기도 고양시에 조성되는 K컬처밸리는 놀이시설과 공연장 등이 위치한 테마파크, 한류 콘텐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상업시설, 호텔 등 숙박시설의 3가지 구역으로 구성된다.
특히 CJ그룹은 K컬처밸리의 테마파크에 세계적 수준의 첨단 공연장 ‘아레나’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아레나는 2만 석 규모로 건설되며 CJ그룹은 아레나 건설을 위해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기업 AEG와 손잡았다.
K컬처밸리는 1조8천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며 연간 2천만 명의 방문객 창출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가 경기도 안에서만 약 17조 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롯데월드 매직포레스트)은 국내에 건설중인 초대형 테마파크 가운데 가장 빨리 개장하는 테마파크다. 잠실 롯데월드의 4배 규모인 50㎡의 부지에 건설되며 올해 5월 개장한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부산시가 핵심 관광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가장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미국의 세계적 테마파크 설계회사인 게리고다드 엔터테인먼트가 설계했으며 숲을 테마로 구성돼 ‘롯데월드 매직포레스트’로도 불린다.
GS리테일을 주축으로 롯데월드, 롯데쇼핑, IBK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 경기도 고양시 K컬처밸리에 들어서는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
◆ 디즈니랜드 될 뻔 했던 서울랜드, 한국의 대규모 테마파크 건설 노력
국내에 세계적 규모의 테마파크를 건설하려는 사업은 예전부터 여러 차례 추진돼왔다. 하지만 커다란 잡음을 내며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강원도 춘천시 레고랜드 테마파크사업이다.
강원도와 영국의 멀린엔터테인먼트 그룹은 2011년 춘천 레고랜드코리아 리조트 개발사업에 관한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레고랜드 건설 부지인 중도지역에서 대규모 청동기 유적이 발견된 데다가 내부 비리, 관리감독 부실 등의 잡음이 발생하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현대건설이 기존 시공사 STX건설로부터 공사를 넘겨받으며 2019년 9월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강원도는 올해 7월 레고랜드 개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근교에 디즈니랜드가 들어설 뻔 했던 사례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디즈니랜드가 아시아에 새 디즈니랜드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재정경제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디즈니랜드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했다.
디즈니랜드는 경기도 과천시의 서울랜드 부지를 후보지로 선택해 실사까지 진행했다. 2006년에는 이명박 당시 서울 시장이 M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007년에는 서울 디즈니랜드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디즈니랜드에 넓은 부지를 99년 동안 공짜로 임대해주고 투자를 위한 국영기업까지 설립하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기 시작한 데다 규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국회 사이에 엇박자가 발생하면서 결국 디즈니랜드는 과천이 아닌 상하이에 건설됐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2019년 기준 연 1121만 명의 입장객을 받으며 세계 테마파크 순위 10위에 올라있다.
서울랜드는 2020년 카카오와 인수 계약을 논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카카오는 서울시와 서울랜드 인수를 매우 구체적 단계까지 논의했지만 카카오와 서울시, 경기도, 과천시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실제로 권승조 카카오IX 대표이사는 2019년 3월26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라이언, 어피치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를 짓겠다”며 “카카오판 디즈니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 레고랜드 캘리포니아 입구. <레고랜드 캘리포니아 홈페이지> |
◆ 세계 10위권 테마파크 중 8개가 디즈니랜드, 대규모 테마파크가 디즈니랜드 이기려면
대규모 테마파크를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세계 유명 테마파크와 차별화하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시선도 한쪽에서 나온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세계 테마파크 입장객 순위에 따르면 1위부터 10위까지 테마파크 가운데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아닌 테마파크는 중국의 창롱오션킹덤 1곳 뿐이다.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각각 ‘쇼핑’과 ‘한류 콘텐츠’를 내세운 이유도 바로 다른 테마파크와 차별화 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세계 그룹은 스타필드로 성공적 실험을 마친 ‘세상에 없던 체류형 테마파크’라는 새로운 테마파크 모델을 내세우고 있고, CJ그룹은 케이팝(K-POP)이라는 문화콘텐츠를 K컬처밸리를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형수 단국대학교 교수는 ‘한국형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성공요인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국내 테마파크가 디즈니랜드와 같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파크가 되기 위해서는 세대를 공감할 수 있는 향수를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특색을 담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놀이, 휴식, 스포츠 ,즐거움, 먹거리 등의 총체적 놀이문화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테마파크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 관광지와 연계, 해외 관광객을 유치를 위한 마케팅 등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세계 테마파크 유치도시의 사례 분석을 통한 강원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테마파크의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변광광지와 효과적 연계를 통해 관광 단위를 크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를 살피면 유치국 혹은 유치지역 내 인구 뿐 아니라 해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