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은행장은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애자일조직은 전통적 피라미드조직 대신 부서 사이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프로젝트 단위로 여러 부서 구성원이 헤쳐 모여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시범운영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애자일조직을 도입해 현재 5개 부문에서 8개 애자일 조직을 운영하며 이들에게 디지털 전환을 맡기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업투자금융, 공공금융, 디지털금융 등 8개 사업부문에 모두 15개의 셀을 배치해 애자일조직을 확대한다. 사실상 기존 은행업 전반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셈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IT 등 다른 부서와 협업 필요성 등을 고려해 기업디지털금융 등 관련 셀을 추가로 신설한다.
애자일조직에 속한 직원 수도 93명에서 2배 넘게 늘어난다.
손 은행장은 애자일조직의 외형을 확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도 높인다.
셀 리더에게는 단장 직급을 적용한다.
셀에게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전권을 줘 기존 관련 부서와 협업, 논의 과정을 셀에 흡수시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낸다.
셀 리더에게 예산집행의 독립성을 부여해 소관업무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라면 계획된 사업이 아니더라도 셀 리더가 스스로 예산을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 추진 예산을 자체적으로 배정할 수 있는 부서장 전결권을 준 셈이다. 이 외에 셀 리더에게 부서원 근태 전결권도 주어진다.
애자일조직은 업무평가에서 자체적 성과기준이 적용되고 본부부서 업적 평가에서 제외된다.
셀을 지원하기 위해 애자일 협업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셀이 필요하다면 IT 인력을 배치해주고 IT 프로젝트 전담조직을 신설한다.
손 은행장이 애자일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면 올해 운영한 애자일조직의 성과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손 은행장은 애자일 조직을 강화하는 것 이외에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지역화폐, 간편페이 등 각종 신결제수단이 카드시장을 잠식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카드업무지원부가 신설된다.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입 등 디지털전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디지털전환추진혁신단의 역량을 강화해 디지털전환 추진력과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추진흐름을 고려하면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가 NH농협은행 디지털 전환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디지털 전환 추진의 원년이라면 내년은 디지털 전환사업의 추진이 본격화되고 가속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