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타이어공장인 테네시 공장을 증설할 채비에 들어갔다.
실적이 코로나19로 꺾였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한국산 타이어의 덤핑문제로 미국 생산량을 늘릴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15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 추가 투자를 집행하기로 결정됐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투자 규모나 시기 등 세부적 사항이 남았지만 미국 투자가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수일 사장은 지난해 11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구속된 뒤로 조 사장의 경영공백을 메우는 데 집중해왔다. 올해 6월 조현범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 사장은 미국 법인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꺾였던 실적을 회복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 미국 공장 증설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6월 미국 타이어 전문지 타이어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산 타이어에 관세가 부과되면 제품비용이 증가해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테네시 공장에서 신차용 타이어 수요를 만족시키고자 다양한 옵션을 검토해 글로벌 제조 포토폴리오를 조정하고 미국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7년 테네시 공장 준공식에서 단계적 증설을 통해 연간 타이어 생산량을 1100만 개까지 늘릴 계획을 세워뒀는데 아직까지 생산량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의 타이어 연간 생산능력은 550만 개 수준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해외공장 가운데서도 생산량이 가장 적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점이 이 사장위 투자 결심을 앞당긴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6741억 원, 영업이익 1463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1개월 전 추정치보다 매출은 0.5%,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수준이다.
더욱이 4분기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나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사장으로서는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539억 원, 영업이익 1515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9년 4분기보다 매출은 5.34%, 영업이익은 29.25% 늘어나는 것이다.
이 사장은 특히 미국에서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중심이자 격전지로 타이어시장도 미국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데다 현재 한국산 타이어와 관련해 반덤핑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6월 한국과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타이어를 대상으로 반덤핑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예비판정은 11월 중에 발표된다.
반덤핑 조사에서 한국산 타이어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이 사장으로서는 한국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미국으로 수출해 판매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현지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미국 공장 생산량만으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타이어 물량을 소화하기에도 부족하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19억7천만 개 타이어를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18%를 북미에서 팔았다.
단순 계산해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북미에서 2019년에만 3억5460만 개 타이어를 팔았다. 연간 생산능력이 550만 개에 그치는 테네시 공장으로서는 즉각적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더욱이 글로벌 자동차산업 업황도 회복세에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 미국 공장의 투자적기일 수 있다.
김평모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와 유럽 내 주요 완성차 고객사들의 판매량이 9월부터 본격적 회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늦어도 4분기부터 북미와 유럽 신차 장착용 타이어(OE 타이어)가 정상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