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10-11 06:3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미국 대통령선거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 강경 일변도를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인수합병 승인을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RM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앞서 6일 온라인으로 열린 그래픽처리장치 기술 콘퍼런스(GTC)에 참석해 “우리는 ARM 인수가 통과된다고 확신한다”며 “거래의 근거와 계획을 설명하면 세계의 규제당국들이 우리 두 회사가 상호보완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ARM은 영국 반도체기업으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에 있다. 저전력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설계자산을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엔비디아는 현금과 주식 등 400억 달러를 들여 ARM을 인수한다고 9월 밝혔다. ARM의 반도체기술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GPU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젠슨 황 CEO는 그래픽처리장치 기술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는 뛰어난 인공지능 역량을 지니고 있고 어떤 컴퓨팅 플랫폼도 ARM에 견줄 수는 없다”며 “이 조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기까지는 18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세계 그래픽처리장치시장을 80%가량 점유하고 있고 ARM 역시 반도체 설계자산 분야에서 존재감이 큰 만큼 두 기업의 합병이 반도체산업에 독점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지 각국 규제당국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중국 규제당국이 심사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한편 중국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미국 내 내려받기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의 ARM 인수 역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다른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ARM이 개발한 설계자산은 현재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여러 반도체 품목에 적용돼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ARM의 설계자산 역시 엔비디아가 관리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ARM을 인수한 엔비디아가 중국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을 경우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은 반도체 설계 자체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ARM이 미국의 손에 넘어가면 중국 기술기업은 시장에서 큰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ARM 공동창립자 헤르만 하우저도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망치기 위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다음 미국 대통령에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바이든 후보 역시 트럼프 대통령처럼 반중국 정서를 따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유럽, 캐나다 등에 부과한 관세를 부정적으로 보는 등 상대적으로 덜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ARM 인수 허가와 화웨이에 관한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방안을 미국 정부에 타진할 때 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도 바이든 후보 쪽으로 분석된다.
이영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 5G시장 주도권 전쟁에서 엔비디아와 화웨이가 양국의 협상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엔비디아와 ARM 거래의 불확실성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비롯된다”며 “바이든 후보가 2021년 초 백악관에 들어오면 민주당원들이 미중 분쟁에 관한 화해를 모색하면서 화웨이에 관한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