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이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사기 논란의 결말에 따라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왔다갔다 할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이 상황에 따라 상장일정을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5일 니콜라 주가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8.27%(2.97달러) 하락한 32.83달러에 장을 마치며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가는 14일 사기 논란을 해명하는 니콜라의 반박자료와 니콜라와 손잡은 GM(제너럴모터스)의 지원사격 등에 힘입어 11.39% 올랐으나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어 미국 법무부(DOJ)까지 니콜라 사기 조사에 착수하면서 다시 크게 내렸다.
니콜라가 사기 논란으로 잃은 시장의 신뢰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인데 논란이 장기화하는 현재 상황은 상장을 준비하는 한화종합화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화종합화학은 코로나19로 화학업황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니콜라 효과가 상장 추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니콜라는 지난주 사기 논란을 낳은 미국 금융분석업체 힌덴버그리서치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만해도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미국 1위 완성차업체 GM과 손을 잡는 등 미래 수소전기차시대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됐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는 2018년 각각 5천만 달러씩 모두 1억 달러를 니콜라에 투자해 지분 6.13%를 확보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모회사로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할 권한을 지니고 있고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와 관련한 미국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니콜라가 지속해서 승승장구했다면 한화종합화학 기업공개(IPO)시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긍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컸던 셈이다.
시장에서는 니콜라 효과에 따라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가 최소 1조 원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에 5천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니콜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지금 기준으로 지분가치를 따져도 3억5천만 달러(약 4100억 원)가 넘는다.
기대감을 한창 받을 때는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니콜라 지분가치만 9억 달러(약 1조 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니콜라와 함께 진행할 미국 수소사업 기대감 등이 더해질 수 있는 만큼 니콜라 효과는 1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충분했다.
한화종합화학이 상황에 따라 상장일정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한화그룹이 현재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2015년 삼성그룹에서 회사를 인수할 때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과 ‘빅딜’로 한화종합화학을 품에 안았는데 당시 자금 사정 등으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24.1%를 삼성물산과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 남겨뒀다.
한화그룹은 2021년 4월 안에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해 삼성그룹의 출구를 마련해주기로 했는데 기업공개 시한을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도 들고 있다.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2022년까지 늦출 수 있는 만큼 니콜라 논란이 어떤 식으로든 잠잠해진 뒤 업황 상황을 살펴가며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인정 받는 데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2018년 상반기 삼성그룹이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때 거론된 가격을 근거로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를 4조~5조 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 정도 가치를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2018년 상반기는 화학업황이 나쁘지 않았을 때로 한화종합화학의 지금의 기업가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2019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6319억 원, 영업이익 2005억 원을 올렸다. 2018년보다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55% 줄었다.
삼성그룹은 2018년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의 가격을 1조1천억 원가량으로 잡고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와 매각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현재 상장을 검토하기 위해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입찰제안요청서를 주요 증권사에 보낸 상태”라며 “니콜라 이슈와 기업공개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