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이 20억 달러를 투자해 니콜라 지분 11%를 인수하고 니콜라의 수소픽업트럽 ‘배저(Badger)’의 생산을 결정하면서 니콜라의 제품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니콜라는 그동안 수소차 생산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실체 없는 회사라는 평가도 받았는데 미국 1위이자 글로벌 4위 완성차업체인 GM과 손을 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블룸버그는 “니콜라는 GM과 협력을 통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했던 신뢰성을 확보했고 생산투자 등에 필요했던 50억 달러 가까운 비용도 절약했다”며 “이번 협력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니콜라는 이번 협력으로 최대약점인 수소차 생산능력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니콜라는 생산 관련 비용부담을 덜고 마케팅과 수소충전소 확대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바라봤다.
GM 역시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분야에서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GM은 최근 내연기관차 쪽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일본 혼다와 자동차엔진과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는데 미래차분야에서는 2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제2의 테슬라로 평가되는 니콜라를 파트너로 삼았다.
블룸버그는 “GM은 니콜라 브랜드와 기술력을 통해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혁신성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재정비할 기회를 안았다”고 평가했다.
8일 미국 증시에서 니콜라와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40.79%와 7.93% 상승하는 등 시장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니콜라와 GM의 협력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국 수소차시장 공략에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는 8월 국내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밝히면서 앞으로도 현대차의 협력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는데 정 수석부회장은 이런 구애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니콜라가 먼저 러브콜을 보냈던 현대차 대신 GM의 손을 잡은 셈인데 현대차가 앞으로 미국 수소전기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미국은 현대차가 글로벌 수소전기차시장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곳으로 꼽인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대형트럭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소전기차시장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미국은 유럽과 함께 대형트럭 수요가 많다.
서호준 현대차 상용 친환경해외사업팀장은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수소화 속도가 유럽보다 느리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우선 관심도가 높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니콜라와 GM의 협력으로 미국에서 수소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될 수 있는 점은 현대차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없이는 판매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는 현대차가 앞선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GM이 생산할 니콜라 수소픽업트럭 '배저'.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 트위터>
니콜라와 GM 연합으로 수소전기차를 향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점도 현대차에 긍정적이다.
미래차시장은 현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인데 수소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면 압도적 기술력을 확보한 현대차에 유리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8월에 니콜라의 손을 잡지 않은 것을 두고 현대차의 앞선 수소차 기술력만 니콜라에 내줄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수소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연료전지시스템의 수명을 앞으로 3~4년 안에 2배 이상 늘리고 원가는 절반 이하로 낮춰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수소차 기술에 자신감을 보였다.
정 수석부회장이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시장을 이끌 목표를 지닌 만큼 수소전기차에만 전념하는 니콜라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최근 열린 유럽 국제가전전시회 IFA2020에서 “특히 수소연료전지는 도심항공 모빌리티에 적합하다”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적극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세계 최고수준의 수소차 기술력을 지닌 만큼 니콜라와 GM의 협력을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경쟁보다는 상생의 개념으로 니콜라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