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대림산업의 자사주 매입카드를 꺼내들까?
대림산업이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장기적으로는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이 나온다.
27일 대림산업 주주총회가 무사히 끝났지만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는 더욱 무거운 과제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한 것이 대림산업을 향한 낮은 지배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 회장과 함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효성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는데 이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한 반면
조현준 회장은 연임안건을 주총에 올려 결국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대림산업 지배력이 20%대에 그치는 반면 조 회장은 효성 지배력이 50%가 넘는다.
대림산업은 지난해보다 배당규모를 줄인 관련 안건도 결국 주총 문턱을 넘어섰지만 일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반대로 마지막까지 주총 통과를 장담하지 못했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 행동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주주 행동주의 성향이 강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속해서 대림산업 지분을 늘리고 있다.
이 회장이 대림산업을 향한 지배력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룹 총수로서 대림산업을 이끄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이 나온다.
상장사들은 주가 안정이나 적대적 인수합병 등에 대비한 경영권 보호 차원에서 자사주를 취득하는데 대림산업은 현재 자사주를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림산업은 2004년 주주가치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뒤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없다.
대림산업이 자사주를 보유한다면 향후 기업분할이나 주요 의사결정을 놓고 진행될 지분 대결 때 이 회장측에 유리하게 쓰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장기적으로 대림산업을 분할한 뒤 이미 단단한 지배력을 확보한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해 대림산업을 향한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는 기업의 인적분할 때 '자사주의 마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분교환 등에 활용돼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대림산업이 역시 자사주를 보유한다면 향후 기업분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대림산업은 기업분할을 결정하는 주총에서도 자사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대림산업을 향한 지배력이 약해 기업분할 등 주요 결정을 내릴 때 국민연금 등 외부 주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때 보유한 자사주가 이 회장 편에서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6개월 이상 보유한 뒤 우호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바로 살아나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거나 주요 표 대결에서 우호지분 역할을 할 수 있다.
▲ 김상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왼쪽)와 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 |
현재 코로나19에 따라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국내 많은 상장사들이 주가 방어는 물론 장기적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자사주를 적극 매입하고 있다.
대림산업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증시 하락의 영향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서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이 회장이 대림산업을 향한 지배력을 높여야하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는 셈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여는 등 탄탄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어 자사주를 살 자금력도 충분해 보인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3분기 개별기준으로 현금성자산 1조4265억 원을 들고 있다. 이는 27일 기준 대림산업 시가총액인 2조1332억 원의 67%에 이른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