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환 현대아산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그룹에 영입된 지 1년이 지났다.
배 사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2018년 11월12일 현대아산 대표에 내정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이후를 바라본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 요구로 한치 앞을 바라보기 힘든 안갯속에 갇혔다.
배 사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금강산 관광을 향한 길을 찾고 있다.
15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배 사장은 현재 재개와 철수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배 사장은 14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면담에 동석했고 10월 말에는 따로 김 장관을 만나는 등 최근 보름 사이 통일부 장관을 2번이나 만나 금강산 관광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18일 금강산 관광 21주년을 맞아 현 회장과 함께 민간 메신저 역할을 맡아 금강산을 직접 찾을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와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바라고 있지만 남북관계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계속 악화한다면 배 사장은 최악의 경우 금강산 시설 철수도 준비해야 한다.
만약 시설 철수가 결정된다면 배 사장 역할은 손실 최소화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다면 배 사장의 역할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배 사장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해 대북사업 경험이 있지만 주로 예산 전문가, 재정 전문가로 평가됐다.
배 사장이 과거 쓴 ‘생동하는 SOC(사회간접자본)’ ‘한국의 재정 2001’ ‘한국의 재정,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등 책 제목만 봐도 전문분야를 알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된다면 북한의 요구에 따라 이전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강산에 새로운 관광단지를 만든다면 어떤 식으로든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배 사장이 과거 경험을 살려 사회간접자본 확충계획을 제안하는 것을 넘어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는 역할도 맡을 수 있는 셈이다.
현대아산 대표에 과거 통일부 출신 관료가 온 적은 있었지만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온 것은 배 사장이 처음이다.
▲ 배국환 현대아산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2018년 11월19일 금강산 관광 20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온 뒤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가운데)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배 사장은 선임 당시부터 기획재정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현 회장이 금강산 관광 재개 이후를 바라본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상징성뿐 아니라 현대아산의 실적 측면에서도 배 사장에게 중요하다.
현대아산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손실 37억 원, 순손실 214억 원을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영업손실은 4.2%, 순손실은 10.8% 더 커졌다.
현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강산 관광 20주년을 맞아 북한을 찾았을 때 북측으로부터 금강산뿐 아니라 내금강과 백두산 등 추가 관광상품 개발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 길이 열린다면 배 사장은 현대아산이 장기적으로 실적을 회복할 사업모델을 새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배 사장은 10월 말 김 장관을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준비를 열심히 해오고 있다가 이번 사건을 맞아 정말 당혹스럽다”며 “정부 당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