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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
권용원(53) 키움증권 사장은 존경하는 인물로 삼국지의 ‘조자룡’을 꼽는다. 그는 “조자룡은 무예가 출중한 데다 규율을 지키면서 끝까지 충성심을 잃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조자룡이 누구인가? 관우 장비와 달리 뒤늦게 유비의 사람이 되었지만 위기에서 여러차례 유비를 구했다.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말처럼 조조의 군사 무리 속에서 유비의 아들을 구하기도 했다. 유비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충신이었고 관우 장비와 달리 장수했다.
권 사장은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의 ‘조자룡’이다. 권 사장의 삶의 이력을 보면 마치 조자룡 같다. 관료에서 뒤늦게 김 회장 사람이 되어 위기 속에서 사업을 일궈냈다.
권 사장은 김봉수 사장의 뒤를 이어 6년째 키움증권을 이끌고 있다. 김 전 사장이 온라인증권사로서 키움증권의 터전을 닦았다면 권 사장은 온라인증권사인 키움증권의 한계를 넘어 종합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권 사장은 취임 이후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해외법인 등을 잇따라 인수하고 설립하면서 키움증권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또 투자은행 업무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데 이어 보험업계 진출도 준비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시장 속에서 키움증권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 관료-벤처CEO, 증권사CEO로 변신
권 사장은 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관료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키움증권 사장을 맡기 전에 전문경영인으로 벤처기업을 이끌기도 했다.
권 사장은 2000년 김익래 다우그룹 회장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자 이를 수락하면서 다우기술 부사장으로 변신했다. 권 사장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산업자원부 과장으로 재직했던 ‘잘나가는 공무원’ 이었다. 이 때문에 그가 공직을 떠나면서 대기업도 아닌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자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권 사장은 “대기업보다 다양하게 많은 일을 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우기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다우기술 부사장이 된 뒤 다우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거치면서 벤처기업 투자와 인수합병 등 다양한 업무를 접하게 된다. 그는 “경영학적 소양을 공직 때 익혔다면 실전 트레이딩은 다우에서 모두 배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2009년 키움증권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또 한 번 도전했다. 다우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와 인수합병 등의 업무를 주도한 적은 있지만 증권 업무를 맡은 적은 없었다. 더구나 당시 금융계는 미국발 금융위기 탓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권 사장의 이력을 보면 그는 자리를 옮길 때마다 위기에 맞서야 하는 상황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그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다우기술로 이동할 때 벤처거품이 꺼졌다. 키움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두 번의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는 “직업을 바꿀 때마다 위기가 뒤따랐지만 일에 져 본 적은 없다”며 “일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신입사원처럼 일했다”고 말했다.
◆ 권용원의 생존전략 ‘공격적 투자’
권 사장은 대형 증권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후발주자인 키움증권의 생존전략으로 공격적 투자경영을 선택했다. 그는 키움증권이 온라인증권사에서 종합금융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굵직굵직한 인수합병 업무를 주도했다.
2010년 키움자산운용을 설립했고 2011년 키움증권 인도네시아(옛 동서증권 인도네시아)를 인수했다. 2012년 키움저축은행(옛 삼신저축은행) 인수를 성공시킨데 이어 최근 우리자산운용까지 인수했다. 권 사장은 우리자산운용을 인수를 놓고 “기업성장에서 인수합병은 필수”라며 “우리자산운용 인수에 나선 것도 규모를 키우는 데 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권 사장의 이런 확장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권 사장이 지난해 키움저축은행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자 이런 말은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온라인 기반 증권사인 키움증권과 오프라인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키움저축은행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우리자산운용 인수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이 많다. 우리자산운용 인수로 키움자산운용은 업계 7위로 올라섰다. 권 사장은 “우리자산운용 인수는 성공작이라고 자평한다”며 “단기목표는 5위권 진입이며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투자은행 강화, 보험업 진출 추진
권 사장은 여전히 변화와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올해 투자은행 업무를 강화하고 보험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권 사장이 직접 주도해온 투자은행 업무는 기업공개 전담팀을 구성한 지 3년 만에 결실을 거뒀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그는 “기업공개사업을 더 키울 계획”이라며 “기업금융, 구조화금융, 프로젝트금융, 회사채 인수, 미분양담보대출 등으로 업무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키움증권의 미개척 분야인 보험업계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권 사장은 “일부 보험사들이 찾아와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으나 규모나 시너지 면에서 적합하지 않았다”며 “LIG손해보험도 우리가 인수하기에 덩치가 커 나서지 않았으나 시간을 두고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